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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정신 질환을 숨긴 이유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4억5000만명이 넘는다

필자
필자 ⓒKimberly Zapata

근심 걱정없는 아이였던 내가 우울함을 느끼는 십대가 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짚어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떤 일이나 ‘사건’은 없었다. 그저 내 성격이 희미해졌던 것 뿐이었다. 나는 어두워지는 조명, 서서히 꺼져가는 백열전구와도 같았다. 하지만 내가 주워모은 사실들을 보면 힘들었던 과거를 언뜻 엿볼 수는 있다. 12세 때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체중이 45킬로그램이었는데, 군살이 4.5킬로그램이었다. 내 자신과 내 몸을 숨기기 위해 큰 셔츠와 잘 맞지 않는 바지를 입었다.

내 옷은 내 갑옷, 나를 세상에서 분리시켜주는 방패가 되었다.

8학년 때는 목소리를 잃었다. 실제로 그랬다는 건 아니고 비유적인 표현이다. 다른 여자 친구들은 남자 아이들과 졸업 파티를 생각하고 있는데 나는 깊은 슬픔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정상적’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으로 내 두려움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았을 때 아이들은 물러섰다. 내가 ‘어둡고 호들갑스러우며’,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입을 닫았다. 친구가 없는 것보다는 거짓으로 꾸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살았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왔고, 집에서는 소파에 눕거나 침대에서 TV를 보았다. 많이 자고 아주 조금 먹었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점심은 깨작거리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슬펐다. 불길하고 나를 짓누르는 무게가 가슴을 눌렀다. 숨을 쉬는 게, 존재하는 게, 살아가는 게 힘들었다. 내가 만든(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창문이 없는 비참한 방에 갇혀 있었고, 죄책감이 나를 압도했다. 머리를 감거나 이를 닦는 등의 하찮은 일들조차 대부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게 싫었다. 또 내가 망가지고 ‘미친’ 것 같았다. 여러 해 동안 이런 상태로 말없이 살아가니 나는 완전히 외롭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17세 때였다.

다행히 그 직후 나는 도움을 구했다. 의사를 만나 진단을 받았다. 내게 정신 건강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지금도 있다). “난 아프다. 나는 병에 걸렸다. 나는 조울증, 불안 장애, 우울증이 있다.”라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도움을 청하는 게 힘들다.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정신 질환을 숨겼다.

물론 이게 바보 같이 들린다는 걸 알고 있다. 내 남편은 정신 건강에 관한 내 고생을 늘 알고 있었고, 그건 내가 스스로를 돌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건 힘들었다. 내 친구와 가족들은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돕고 싶어한다. 여러 번 그렇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우울증은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병이고, 대부분의 정신 질환이 그렇듯 생각을 뒤틀어 놓는다. 돌봄이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게 만든다. 내가 착하지 못하고, 영리하거나 흥미로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너는 가망이 없어. 손 쓸 방법이 없어. 너는 약해. 넌 모든 걸 망쳐 놔.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관심이 없어.” 그리고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슬프지만 이유는 없다. 공허하고 멍한 느낌이 들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왜 그런지 사람들에게 말할 수가 없다.

나는 8학년 때나 지금이나 거절이 두렵다.  내 영혼을 견디는 것, 최소한으로 줄어드는 것, 못 쓰게 되는 것, 무시당하는 것이 두렵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고통이다. 내가 아플 때면 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느껴진다.

ⓒiiievgeniy via Getty Images

내 ‘기분’이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내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는 웃고 미소짓는다. 슬픔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외출한다. 내가 가장 최근 자살을 생각했던 때, 나는 파티를 하고 브로드웨이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부풀린 머리와 대담한 입술로 내 병을 숨겼다 마스카라가 내 비참함과…… 눈물을 가려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병이 얼마나 깊은지 알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나는 이야깃거리,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전에 그랬으니까. 친구와 가족들은 내가 ‘불균형한’ 것은 아니냐고 말했다. “다 네 머릿속에 있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고통에 빠져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건 네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삶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직업적으로 영향을 준다. 예전 직장에서 내 정신 건강 문제가 나를 코너로 몰았다. 내가 그냥 받아들이거나 떠나야 한다고 믿게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느끼는 것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내겐 훌륭한 남편, 행복하고 건강하며 나를 사랑하는 두 아이, 멋진 직업이 있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있다. 내가 #축복받았다 는 걸 안다. 하지만 물건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사람들은 내 문제를 고쳐주지 못한다. 이건 문제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병을 앓으며 살고 있다.

오해는 말라. 우리는 정신 건강 치료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 보호 시설로 보내는 게 ‘표준’이었던 게 채 60년도 되기 전의 상황이었다. 40, 50년대에는 뇌엽절제술이 흔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극단적인 이 시술이 4만명이 넘는 정신 질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제 의사들은 정신 질환 장애 치료에 약물과 상담을 사용하지만, 이런 질병들이 논의되는 방식에는 아직도 문제가 있다. 우리는 정신 질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목소리를 낮춘다. 누군가가 “~의 피해자”라는 식의 표현을 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피하려고 핑계를 댄다. 나는 “난 정말 엄청나게 슬퍼.”라는 말보다는 “나 두통이 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교육이 부족하다.

자라면서 바보 같은 실수는 치우고 관리해야 하지만 기분은 그냥 눌러담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울지 마”, “그만 울어”, “너무 호들갑 떨지 마”, “긴장 풀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같은 말들을 들었고, 이런 행동들은 오명을 영구화시킨다. 정신 건강 위기에 일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4억5000만명이 넘지만, 대부분은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알려진 정신 장애를 지닌 사람의 3분의 2 가까이는 결코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도움과 희망은 존재한다. 나는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약도 먹는다. 힘들지만 정신 건강의 괴로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한다. 나는 작가이자 활동가이며,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Greater Than: Illness의 설립자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나의 미소는 진심이다. 내 병은 관리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게 완벽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내가 부족할까 봐 두려워하고 마음을 여는 걸 힘들어 한다. 언제든 정신 건강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더 힘들다. 약하고 헐벗은 느낌이 들지만, 이런 두려움은 내 병과 과거의 증상임을 알기에 시간과 사랑을 얻을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상담을 한다. 나는 ‘좋다’(fine)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괜찮다’(okay)는 말은 가끔 쓴다(예를 들어 계획을 세우고 받아들일 때는 쓰지만 내 기분을 설명할 때는 쓰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물어볼 때 내 진짜 기분이 어떤지 더 솔직해지려 노력한다. 내 느낌을 설명하는 게 불가능할 때도 있지만, 상태가 나쁠 때 나쁘다고 인정하는 건 좀더 잘 하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내 정신 건강에 있어 최선을 원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솔직해지려 노력한다. 나는 “오늘 힘들어”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이건 대단한 것이다. 이게 시작이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가족과 친구들은 믿어준다.

그러니 힘들다면, 당신이 나쁘지 않다는 걸 명심하라. 당신은 미친 게 아니고, 혼자가 아니다. 도움은 존재한다. 희망이 존재하고, 당신 사방에 도움의 손길이 있다. 당신의 친구와 가족들은 당신을 아낀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당신이 힘들 때 도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해 보라.

 

* HuffPost US의 I’ve Hidden My Mental Illness From Those I Love Most. Here’s Why.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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