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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문어와 흰머리수리의 싸움. 인간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나?

"왜냐하면 이건 대자연의 섭리잖아요.”

문어와 흰머리수리
문어와 흰머리수리 ⓒJohn Ilett

캐나다 밴쿠버섬의 한 양식업 종사자가 생태학적 고민에 빠졌다. 문어와 독수리가 싸우면 호모 사피엔스는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는 연어 양식회사 ‘모위 캐나다 웨스트’의 직원 존 일레트 씨 일행은 밴쿠버섬의 선창에 접안하던 중 동물의 비명을 들었다. 소리의 행방을 찾던 중 이들은 거대한 태평양 문어가 흰머리수리의 몸통을 촉수로 감고 있는 현장을 발견했다. 문어의 몸은 이미 빨갛게 변해 있었다. 문어는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면 몸의 색을 바꾼다.

″처음 보고 나서 이 싸움에 끼어들어야 할지 말지를 망설였어요. 왜냐하면 이건 대자연의 섭리잖아요.”

일레트 씨가 CTV 뉴스에 밝힌 말이다. 그러나 일레트 씨 일행은 결국 흰머리수리가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하자 구해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일레트 씨는 파이크 폴(쇠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로 문어와 수리를 모두 물 밖으로 꺼내 풀어줬다.

수리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지 못하고 문어의 먹이를 빼앗은 일레트 씨의 행동은 정당한가?

캐나다 레스브리지 대학교의 문어 전문가 제니퍼 매더는 일레트 씨가 ”불쌍한 문어의 좋은 한 끼 식사를 빼앗았다”며 가디언에 농담을 던졌다. 실제로 이 흰머리수리는 문어의 식사 거리가 될 위기였기 때문이다. 문어는 어떤 것이든 잘 먹는 포식자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한 여성이 같은 밴쿠버섬에서 갈매기를 먹고 있는 문어의 사진을 찍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매더 박사는 ”물 아래 있는 문어는 수면 근처로 뭐가 다가오든 먹이로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레트 씨 일행의 행동이 옳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사실이 있다. 문어의 촉수에서 풀려 근처 나무에 잠시 걸터앉았다가 멀리 날아간 흰머리 수리는 2007년까지는 멸종 위기종이었을 만큼 희귀한 몸이다. 지금은 개체 수가 늘어 멸종 위기종은 아니지만 미국법에서는 이 새를 보호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흰머리수리를 다치게 한 사람은 최대 25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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