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뉴디터의 신혼일기] 나는 임신출산육아 모두 할 의향이 있다. 이유는 당신 생각과 좀 다르다

진부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 아님.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신랑은 아기를 좋아한다. 아기만 보면 자동으로 혀가 짧아지는 아주 징그러운 아저씨다. 남의 집 아기들도 엄청 이뻐하는 건 물론, 아기를 갖자고 늘 노래를 불러댄다.

물론 나 역시 임신출산육아 모두 할 의향이 있다. 내 새끼를 낳고 기를 자신도 있다. 결혼 전 합의가 끝난 부분이다. 이 저출산 시대에 참으로 애국자 신혼부부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우리가 아기를 갖고 싶은 이유는 좀 달랐다.

나같은 경우는 우선, 나의 훌륭한 유전자(!)를 내 대에서 끊고 싶지 않아서다. 여기서 멈춰선 안 되고 한 단계 진화시킨 DNA를 이어 가야 한다는 나르시즘에서 기인한 번식욕구인 것이다. 한평생 내 유전자에 부족한 남성성 가득한 외모/가지런한 치아/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남성에게만 매력을 느낀 것도 그런 본능적(?)인 이유였던 모양이다. 인생 목표, 더욱 완벽한 2세를 낳는 것!

두 번째 이유는 자식이야말로 어떤 사랑의 결실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의 일부분과 신랑의 일부분이 만들어낸 생명체라니,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최고봉이다. 그거야말로 진짜 로맨틱한 사랑의 증명이다. 세상에, 근데 아들은 분명 키가 크고 잘생길 텐데 아이돌 출신 연기파 배우 되는 거 아니야????풉ㅋㅋㅋㅋ킼ㅋㅋㅋㅋ

어쨌든 내가 이런 나르시즘에 기반한 망상을 하며 2세를 바랄 때 신랑은 ”아이가 좋아서, 나와 닮은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어서”라는 식상하고 진부한 이유를 댔다.

노잼대답... 뭐람...

사실 나는 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정확히는 정신 없는 걸 안 좋아하는데 애기들은 어쩔 수 없이 정신이 없다. 남편이랑 함께 지인들의 가족동반 모임에 갈 때마다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애기들을 보면 그냥 나도 3살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소리지르며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나는 사회화된 인간. 겨우겨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참지.

^_^;;;;ㅎ

하지만 남편은 진짜로 신이 나서 빙구웃음을 짓고 “아이구 너는 진짜 멋있다, 너는 정말 귀여워!” 이러고 몇 명을 껴안아 비행기를 태워주고 목말을 태워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신나서 남편에게 엉겨붙으며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친다. 그러다 갑자기 ”삼촌 나 또 해 줘 나 또”하면서 한 명이 울기 시작하면 연쇄 눈물댐이 터지는데, 나는 딱 지옥이 이런 풍경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 내 유전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낳은, 내 유전자를 가진 내 새끼는 내 정신과 체력 영혼 등 모든 것을 탈탈 털어가도 예쁠 게 분명하다. 아직 세상에 없지만 사랑해❤️

PS)

“내 새끼만 예쁘다고 다 용인하고 그러다가 나중에 애 성격에 문제 생기고 그러는 거야...”

“그러든지. 난 유전자 아니었으면 오빠랑 결혼 안 했어.”

“난 유전자랑 상관 없이 여보를 사랑해서 결혼한 건데 너무하네.”

“뭐? 내 유전자가 별로란 뜻이야?”

“아니...그게...저...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