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총선 참패'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노동당의 '붉은 장벽'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9.12.13 17:33
  • 수정 2019.12.13 17:47
LONDON, ENGLAND - DECEMBER 13: Labour Party leader Jeremy Corbyn speaks from the stage at Sobell leisure centre after retaining his parliamentary seat on December 13, 2019 in London, England. Labour leader Jeremy Corbyn has held the Islington North seat since 1983. The current Conservative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alled the first UK winter election for nearly a century in an attempt to gain a working majority to break the parliamentary deadlock over Brexit. The election results from across the country are being counted overnight and an overall result is expected in the early hours of Friday morning. (Photo by Leon Neal/Getty Images)
LONDON, ENGLAND - DECEMBER 13: Labour Party leader Jeremy Corbyn speaks from the stage at Sobell leisure centre after retaining his parliamentary seat on December 13, 2019 in London, England. Labour leader Jeremy Corbyn has held the Islington North seat since 1983. The current Conservative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alled the first UK winter election for nearly a century in an attempt to gain a working majority to break the parliamentary deadlock over Brexit. The election results from across the country are being counted overnight and an overall result is expected in the early hours of Friday morning. (Photo by Leon Neal/Getty Images) ⓒLeon Neal via Getty Images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5월 9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 대표가 된 이래로 노동당을 더 왼쪽으로 이끌어왔던 ‘좌파의 아이콘’이 퇴장하는 것이다.

13일 오전(현지시각) 자신의 지역구인 런던 이슬링턴에서 열린 당선자 회견에서 코빈은 전날 실시된 총선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났음을 시인하며 ”앞으로의 총선에서  당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곧바로 사임하지는 않을 것이며 당 차원의 ”(패배 원인에 대한) 성찰 절차”를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1930년대 이래로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반(反)유대주의 논란에 대한 미온적 대응, 모호한 브렉시트 관련 입장 등이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이었던 저학력, 저숙련, (지금은 쇠락한) 공업지역 거주자들이 대거 보수당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숙련 노동자 비중이 높은 지역구일수록 보수당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이 지역을 아우르는 중부와 북부의 노동당 텃밭을 뜻하는 이른바 ‘붉은 장벽(Red Wall)’이 무너져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반면, 비교적 새롭게 노동당 지지층으로 등장한 고학력, 전문직, 대도시 거주 엘리트들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왔다.

코빈 총리는 양쪽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브렉시트에 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고,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지난 7월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도박’을 걸었고,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성적을 거두면서 국정운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내년 1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브렉시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던 존슨 총리는 취임 이후 ‘브렉시트 완수’를 천명했고, 이를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전략은 국민투표가 벌어진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브렉시트가 세 차례나 연기된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먹힌 것으로 보인다. 

LONDON, ENGLAND - DECEMBER 13: British Prime Minister and leader of the Conservative Party Boris Johnson speaks to supporters and press as the Conservatives celebrate a sweeping election victory on December 13, 2019 in London, England.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alled the first UK winter election for nearly a century in an attempt to gain a working majority to break the parliamentary deadlock over Brexit. As the results roll in the Conservative Party has gained the number of seats needed to win a clear majority at the expense of the Labour Party. Votes are still being counted and an overall result is expected later today.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LONDON, ENGLAND - DECEMBER 13: British Prime Minister and leader of the Conservative Party Boris Johnson speaks to supporters and press as the Conservatives celebrate a sweeping election victory on December 13, 2019 in London, England.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alled the first UK winter election for nearly a century in an attempt to gain a working majority to break the parliamentary deadlock over Brexit. As the results roll in the Conservative Party has gained the number of seats needed to win a clear majority at the expense of the Labour Party. Votes are still being counted and an overall result is expected later today.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Christopher Furlong via Getty Images

 

가디언은 ”보수당의 전국적 승리를 예견하는 첫 번째 신호는 옛 광업지대 (잉글랜드 북동부) 블라이스밸리가 69년 역사상 처음으로 베테랑 노동당 의원 로니 캠벨의 의석을 빼앗아 보수당 의원을 당선시킨 밤 11시30분에 나왔다”고 전했다.

광부 출신인 캠벨 의원의 표 우위는 지난 20년 동안 1만7000표에서 8000표로 줄어들었고, (총선 당일인) 목요일에는 10%가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노동당의 소위 ‘붉은 장벽’이 북동부 해안 지역에서 무너져내리면서 티스사이드(잉글랜드 북동부 티스강 유역)의 지역구들인 달링턴, 레드카, 스톡턴사우스가 모두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또한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전 총리 겸 노동당 대표)가 24년 동안 지켜왔던 (잉글랜드 북동부) 더럼카운티 세지필드, 134년 역사상 최초로 보수당 의원을 당선시킨 인근 비숍 오클랜드에서 의석을 잃었다. 브렉시트와 제러미 코빈이 상당수 북동부 지역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영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가디언 12월13일)

이같은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는 평가다. 이 지역을 돌면서 주민들과 만난 내용을 전한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기사에는 광부로 일했던 리 앤더슨씨가 등장한다. 

노동당을 떠나 애시필드 지역에서 보수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나라(전체)가 다 뒤엎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기이하게 보일지 몰라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는 노동계급 유권자들과 잘 통한다. 사람들은 평이한 영어(plain English)를 좋아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브렉시트 #보리스 존슨 #제러미 코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