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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학생 가족에 '집과 일자리 무상 제공' 제안한 초등학교가 등장했다

"전교생 50명이 목표"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네이버지도 캡처

국립공원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의 작은 학교인 경남 함양군 서하면 서하초등학교가 집도 주고 부모 일자리까지 구해주겠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신입생과 전학생 모시기에 나섰다. 전교생이 한때 1000명에 이르는 학교였으나, 갈수록 줄어 지금은 폐교될까봐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위원회는 19일 오후 4시 서하초등학교 교내 실내체육관에서 ‘학생모심 전국설명회’를 연다.

위원회는 이날 서하초등학교 신입생과 전학생에게 제공할 다양한 혜택을 소개하면서, 학생 가족에게 제공할 집을 동영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이미 전셋집 5채를 확보했으며, 5채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또 함양군청, 함양군 관내 기업체 등과 연계해 학생 부모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기로 했다. 전교생 해외 어학연수, 전교생 장학금 지급 등 초등학교에선 보기 드문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위원회가 이처럼 파격적 혜택까지 제시하며 학생 모시기에 나선 것은 폐교될까봐 걱정해야 할 만큼 갈수록 학생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서하초등학교 전교생은 1학년 3명, 3학년 2명, 4학년 4명, 5학년 1명, 6학년 4명 등 14명이다. 2학년생은 단 한명도 없다.

올해 초 전교생 16명으로 출발했으나, 1학년과 3학년에 다니던 형제 2명이 도시로 전학 가면서 14명으로 줄었다. 병설 유치원에는 4살짜리 청강생 1명과 5살 1명, 6살 1명, 7살 1명 등 4명이 다닌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내년 봄 4명이 졸업하지만, 입학생은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1명뿐이다.

실내수업은 단 1명뿐이라도 학년별 교실에서 진행하지만, 체육수업은 전교생이 함께 한다. 학예회 등 단체활동과 수학여행·과학전람회 등 대외활동도 전교생이 모두 참여한다. 학교 대항 체육대회에는 전교생이 선수로 출전한다.

ⓒ서하초등학교 제공

예전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서하초등학교는 1931년 개교한 역사 깊은 학교로, 1970년대엔 전교생이 1000명에 이르렀다. 교실이 부족해서 학교 밖 건물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촌인구가 줄면서 학생수도 줄었고, 그나마 함양군 서하면에 초등학교는 서하초등학교 하나만 남은 상태이다. 면 지역 초등학교는 전교생 60명 이하가 되면 폐교 또는 다른 학교와 통합 대상이 되지만 ‘1면 1교’ 예외조항 덕택에 서하초등학교는 폐교나 통합되지 않고 있다.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위원회는 지난달 27일 1차 회의를 열어 ‘학생모심 전국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위원회는 지난달 27일 1차 회의를 열어 ‘학생모심 전국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위원회 제공

그러나 경남도교육청 적정규모학교추진단은 “지금보다 더 학생수가 줄면 폐교하지는 않더라도, 2개 학년씩 합쳐서 학급을 운영하거나, 인근 다른 학교의 분교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1면 1교’ 예외조항이 있더라도, 학생이 없으면 결국 폐교할 수밖에 없다. 경남에선 해마다 평균 2개 학교가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발족을 제안했던 장원 위원은 “전교생 50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함양군 서하면은 자연환경이 매우 좋고, 교통도 편리하다. 일자리도 널려있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19일 학생모심 전국 설명회에 귀농, 귀촌을 꿈꾸는 젊은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하면 주민들과 동창회, 향우회 등이 나서서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신입생과 전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초기자금 1억원을 교육청이나 군청의 지원 없이 십시일반 모으고 있다.

자료그림 
자료그림  ⓒStrekalova via Getty Images

서하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특성화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병설 유치원생을 포함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면서, 고학년 일부 과목은 영어수업을 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전교생 해외 어학연수를 보낼 계획이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활용한 자연생태교육을 하며, 아토피를 앓는 학생이 없는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창조적 융합교육과 창의력 증진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모든 학생이 1개 이상 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귀자 서하초등학교 교장은 “2015년 9월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선정 등 학교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학생이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가 친구이고 형제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왕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다. 우리 학교에 자녀를 맡긴 학부모가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더욱 좋은 학교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055)963-7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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