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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 텅텅 비었다" 1700만 인구의 네덜란드에 재소자가 1만명도 안되는 이유

사법 시스템의 전환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12.13 11:56
  • 수정 2019.12.13 11:57
2016년 문을 닫고 난민 임시거처로 탈바꿈 한 베일머바예스의 전 교도소 건물.
2016년 문을 닫고 난민 임시거처로 탈바꿈 한 베일머바예스의 전 교도소 건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2018년 기준 네덜란드의 인구는 1711만8084명이다. 이중 재소자의 수는 9315명밖에 안 된다. 인구 10만명당 54.4명이 감옥에 있다는 얘기다. 1만 명당이 아니라 10만 명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주변국인 독일은 10만 명당 77.5명, 프랑스는 103.5명, 이탈리아는 96.0명이다. 확연하게 비교되는 수치다. 네덜란드보다 재소자 비율이 적은 유럽 국가는 핀란드(51.1명)와 리히텐슈타인(31.5명), 산마리노(17.9명)뿐이다. 핀란드를 제외하면 소국들만이 가능한 수치라는 뜻이다. 참고로 리히텐슈타인과 산마리노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7만명꼴이며, 두 나라 재소자는 총 18명이 통계에 잡혔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나라로 따지면 50명 대의 재소자 비율은 네덜란드가 유일하다.

대체 네덜란드는 어떻게 이렇게 재소자 비율이 낮을까? 이는 네덜란드가 재소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2008년까지 네덜란드의 인구 10만명당 재소자 비율은 71.9명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24.3명으로 33.7% 감소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폭이다.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이러한 네덜란드의 정책적 변화에 조명하는 기사를 발행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법 시스템의 변화는 매우 크다. 일례로 스테판 코닝이라는 네덜란드의 한 정신병력을 가진 범죄자는 행인을 흉기로 위협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잠시 구금된 후 석방됐다. 대신 코닝은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정신 재활에 관해 도움을 받고 있다.

스테판 코닝의 심리 치료를 돕고 있는 법의학 심리학자 호모 폴케르츠는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하나는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신적 고통과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막는 것”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감옥에 보내지 않는다’가 지난 약 10년간 네덜란드 사법 시스템이 강조한 모토 중 하나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의 미란다 분 범죄학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재소자의 절반가량은 1개월 형이며, 거의 반에 가까운 사람이 선고 전 구속 상태다. 즉 형을 언도받아 복역 중인 사람의 수는 훨씬 더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네덜란드는 재판이 필요 없는 벌금형의 비중을 늘리고, 법원의 명령에 의한 중재 등의 다양한 다른 사법적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TBS라는 심리 재활 프로그램이다.

TBS는 4년 이하의 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재범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범죄 행위에 대한 형벌로 정의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범죄자를 사회에 되돌려 보내도록 정서적인 교화를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법원의 정신 재활 명령은 처음에는 2년을 기한으로 부과되고 기한이 지나면 법원이 구금 재활 기간을 늘릴지 말지를 다시 판단한다.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치료감호소와 비슷한 면도 있다. TBS 프로그램에 포함된 병원 암스테르담 인포르사 정신병원의 정신의학자 멜리나 라키치는 가디언에 ”세계적으로, 네덜란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라며 ”그러나 정신 이상이 있는 충동적 범죄자들을 벌하는 건 답이 아니다. 감옥에 갔다가 풀려나면 수개월 내에 같은 범죄로 잡혀 들어온다”고 밝혔다.

다른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신과 치료에 중점을 둔 감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3년 사이 네덜란드의 범죄율이 40%가량 감소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네덜란드는 지난 10년간 23개의 교도소를 폐쇄하고 이중 몇몇을 난민 보호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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