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별거 중인 남편이 자살한 후 1억원 배상 청구 받은 아내가 있다

일본에서 만화로 나왔다

  • 박세회
  • 입력 2019.12.12 15:19
  • 수정 2019.12.12 15:26
도요게이자이
도요게이자이 ⓒTakeshobo via Toyokeizai

지난 9월일 일본 출판사 다케쇼보에서 ‘자살 유족이 되었다’라는 만화가 출간됐다. 만화가인 미야모토 구미가 원작자인 미야모토 페루미의 이야기를 그렸다. 참고로 두 사람은 자매다.

이 만화가 어느 정도 인기를 끌자 도요게이자이는 페루미 씨의 실제 사례를 취재했다. 이야기는 수년 전 페루미 씨가 결혼해 두 아이를 기르던 때로 돌아간다. 행복한 가정인 줄 알았으나 균열이 있었다. 페루미 씨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하룻밤의 실수도 아니었다. 페루미 씨는 이혼을 원했다. 그러나 남편은 ”이혼은 하지 않는다”며 버텼다. 언젠가부터 두 사람은 따로 살았다.

결국 남편의 가족이 나서 설득했다. 남편은 결국 이혼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였다. ”아침 9시에 이혼 서류를 찾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페루미 씨는 당일 남편을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의 모친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페루미 씨의 모친이 발견한 것은 이혼 서류만이 아니었다. 모친은 테이블 위에 있는 이혼 서류와 함께 목을 매고 죽은 듯 있는 페루미 씨의 남편을 발견했다. 구급차가 병원으로 남편을 이송해 갔으나 사경을 헤매고 있었고 결국 사망했다.

이후 남편의 집을 세놓던 부동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사고물건’에 올라가게 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에 기타 비용을 더해 1000만엔(약 1억92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로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는 부동산을 ‘사고물건’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사고물건의 경우 다음 입주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은 사고물건에 매우 까다롭다. 부동산이 사고물건이 되어버리면 임대료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집주인이 계속해서 다음 세입자들에게 사고물건이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할 의무를 진다. 

부동산 회사가 유족에게 1억원을 요구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도요게이자이에 따르면 집주인을 대리해 부동산 회사가 요구한 1억원 보상액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특수 청소 및 원상복구 비용 80만엔(약 870만원)

2. 다음 입주자가 결정될 때까지의 2년 치 임대료 340만엔(약 3710만원)

3. 다음 입주자의 집세 감액 보상금(절반) 4년 치. 340만엔(약 3710만원)

4. 집주인 위자료 240만엔(약 2620만원)

- 도요게이자이(12월 11일)

부동산 회사가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살이 계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사고로 세입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임대차 계약을 위반하려는 고의가 없기 때문에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지만, 자살은 계약을 위반하려는 ‘명확한 의사’가 있다고 본다. 합의하지 않고 재판까지 가도 반드시 패소한다는 의견이다. 

페루미 씨의 경우 이혼 신청서를 받아둔 상태에서 몸과 마음이 떠난 남편의 잘못으로 거액의 채무를 떠안게 된 격이다. 그러나 페루미 씨는 1000만엔 모두를 지불하지 않았다.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 지인을 통해 1번 비용을 직접 의뢰해 20만엔으로 깎았다. 다른 손해배상 사례를 분석해 도시 지역에서 사고 물건이 나왔을 경우 임대료 보상은 1년, 임대료 감액에 대한 보상은 2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고물건이라도 월세가 낮다면 괘념치 않는 지인을 찾아내 2번의 비용을 0원으로 합의했다. 결국 1000만엔 짜리 손해배상 청구는 220만엔까지 낮아졌다.

이혼을 앞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상처를 받은 상태로 부동산 회사와 매일 싸우며 페루미 씨는 우울증을 얻었다. 그러나 가족의 보살핌과 시간의 도움으로 지금은 평온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당시 부동산 회사에 대한 분노의 마음으로 있었던 모든 일을 기록했다. 그 기록을 토대로 언니 미야모토 구미가 그려 낸 만화가 ‘자살 유족이 되었다’라는 작품이다. 한국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클릭)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https://www.lifeline.or.kr/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일본 #다케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