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예능 피디(PD) 출신인 주철환 아주대 교수(문화콘텐츠학)가 수업 도중 “멘탈 갑이 안 되면 구하라 되는 거야”라는 막말을 하고 불법촬영 피해가 사소하다는 식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9일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달 27일 아주대 교양수업인 ‘아주희망’ 강의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들어보면, 주 교수는 강의에서 창작물에는 감상과 평가 등이 따른다고 설명하며 “멘탈 갑이 안 되면 구하라 되는 거야. 진짜로. 사람들이 왜 욕을 할까요? 욕을 하는 인간들은 다 열등감 덩어리야. 그런 애들 때문에 자살하냐? 멘탈이 강해져야 돼”라고 말했다. 가수 구하라씨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 교수는 이어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가 “함께 찍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구씨를 협박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불법촬영 피해가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주 교수는 “구하라, 나를 만났으면 걔 절대 안 죽었을 거 같아. 걔 너무 약한 거야. 너무 남을 의식한 거야”라며 “○○이가 실수로 고등학교 때 약간 야한 동영상을 찍었다고 해. 우리가 다 봤어. ○○이가 죽을 필요 뭐 있냐? 나 같으면 이러겠어. ‘어때? 보니까 어때? 내 몸 어때?’ 나 같으면 그러겠어 진짜. 그런 멘탈 갑을 가지라 이거야”라고 발언했다.
주 교수는 1983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 ‘퀴즈 아카데미’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0년부터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07년엔 <오비에스>(OBS) 경인티브이 사장에 취임했고, 2014년부터 아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아주대학교 여성연대 소모임 위아(WIA)는 지난 2일 교내에 대자보 붙이며 주 교수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위아는 대자보에서 ”여성의 피해와 고통은 사적이며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문화가 고 구하라씨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을 절벽 끝으로 내몬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멘탈’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아주대의 여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여성혐오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위아는 전 교직원의 성교육 확대 및 의무화, 여성혐오 범죄 등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와 이를 동조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위아의 한 회원은 <한겨레>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논란 이후 학내 커뮤니티에서 일부 학생들이 ‘교수가 한 말에 틀린 말이 어디 있냐’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대자보 철거 민원을 넣거나 여성 혐오적인 댓글을 달고 있다”며 “일부만 이상한 것이라고 방관하는 태도 또한 문제”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겨레>가 거듭 해명을 요청하자 문자 메시지로 답하면서 “죄송하다. 제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 전문가에게 문의해보시라”라며 한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연락처를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