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영하 13도에도 난방 필요 없는 도서관의 비밀

건물은 단열과 기밀을 극대화한 패시브 공법이 적용됐다

지난 5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의 힘펠 3공장 전경. 옆면에 태양광 패널을 붙인 게 특징이다
지난 5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의 힘펠 3공장 전경. 옆면에 태양광 패널을 붙인 게 특징이다 ⓒ한겨레/국토교통부 제공

지난 5일 방문한 경기 화성의 힘펠 3공장. 지상 4층의 외벽 옆면을 장식하고 있는 태양전지판이 빛나고 있었다.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깔끔한 신축’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한 이 건물은 국내 첫 제로에너지 공장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외부 에너지 사용 최소화를 목표로 한다. 차고 더운 바깥 공기를 차단하는 단열·기밀 성능을 높이고(패시브), 환기장치·보일러·제어장치 등 고효율 설비를 적용해(액티브), 태양광·지열 등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신재생) 에너지 소요량을 확 줄이는 방식이다. 환기설비 제조업체인 힘펠이 국내에서 처음 제로에너지 공장을 짓게 된 건 김정환 대표와 ‘제로에너지건축 전도사’인 이명주 명지대 교수의 특별한 인연에서 시작됐다.

힘펠 3공장 쇼룸에 전시 중인 에너지 현황
힘펠 3공장 쇼룸에 전시 중인 에너지 현황 ⓒ한겨레/국토교통부 제공

이 교수는 국내 첫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증단지인 노원이지하우스 사업의 총괄단장이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할 정도로 주목을 받은 공동주택이었지만 내·외부 환기시스템인 전열교환기의 필터 교체가 너무 어렵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올해 4월 납품업체인 힘펠 본사를 찾아 김 대표를 만났다. 사정을 들은 김 대표는 15개 가구에 설치된 기존 전열교환기를 필터 교체가 쉬운 새것으로 모두 교환해주겠다고 흔쾌히 약속했다. 면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무렵 대표이사실에 있던 힘펠 3공장 투시도가 이 교수의 눈에 들어왔다. 이 교수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핵심이 전열교환기다. 이걸 생산하는 힘펠이 공장도 제로에너지건물로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미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 바닥 단열재 시공도 끝난 상태였지만 김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제로에너지 건축 요소를 가미한 재설계에 들어간 것이다. 단열재를 보강하고 창호를 교체했다. 열회수형 환기장치 설비를 추가했으며 태양광 패널을 옥상과 옆면에 달았다. 처음 설계 때와 비교해 전력 소비량을 53%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당초 공사비(45억원)보다는 7억원이 더 들었다.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건물 방향 등 골조 시공이 처음부터 제로에너지건축을 염두에 두고 이뤄지지 않아서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은 7670만원에 그쳤다. 김 대표는 그래도 국내 첫 제로에너지 공장을 지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사명이 ‘우리는 공기 에너지 기술을 통하여 인간건강에 기여한다’는 것이고 사명에 맞게 에너지를 절감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돼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문한 충남 아산의 아산중앙도서관
지난 5일 방문한 충남 아산의 아산중앙도서관 ⓒ한겨레

같은 날 방문한 아산중앙도서관은 지난해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국내 대표적인 제로에너지 공공도서관이다. 충남 아산은 중앙도서관 외에도 동사무소·경로당·체육센터 등 다양한 제로에너지 건축물을 2014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조상희 아산시청 공공시설과 주무관은 “녹색건축이라는 정부 정책이 있었고 2012년 전임 시장님(복기왕)이 녹색건축 추진 의지가 있어서 실무자들이 독일에 견학을 다녀오는 등 꾸준히 노력한 끝에 여러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산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특징은 태양광·지열을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단열과 기밀을 극대화한 패시브 공법에 있다. 이날은 한낮에도 영하에 머물 정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지만 설명회를 진행한 아산중앙도서관 4층 다목적실은 난방기가 돌아가지 않아도 포근했다. 외부 찬 공기의 유입이 차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열·기밀 성능은 외벽 온도로도 확인됐다. 도서관 바깥에 나가 열화상 카메라로 도서관 외벽 온도를 측정하니 영하 13도를 가리켰다. 맞은편 아파트 외벽의 온도는 영상 3도였다. 아파트에선 내부의 온기가 바깥으로 유출되고 있지만 아산중앙도서관에는 외부의 한기가 안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건물 속 온기는 내부에 머물러 있는 증거라고 시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단, 패시브 건축물에선 여름철 냉방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출입 과정과 사람 체온이 뿜어내는 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해 1월 준공한 아산중앙도서관은 일반 도서관보다 에너지를 45% 덜 쓰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건물 외벽의 온도를 측정한 것. 아산중앙도서관에 비해 일반 건축물과 아파트의 내부 온기 유출이 뚜렷하다
열화상 카메라로 건물 외벽의 온도를 측정한 것. 아산중앙도서관에 비해 일반 건축물과 아파트의 내부 온기 유출이 뚜렷하다 ⓒ한겨레/아산시청 제공

우리나라 제로에너지건축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추세와 점진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18.1%에서 32.7%로 상향 조정했고 내년부터는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로드맵이 본격 적용된다. 2020년부터 신축되는 1천㎡ 공공건축물은 반드시 제로에너지건축물이어야 한다. 2025년부터는 500㎡ 이상 공공건축물과 1천㎡ 이상의 민간건축물 및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되고 2030년에는 500㎡ 이상 민간·공공건축물이 모두 제로에너지건축물로 태어나게 된다. 박덕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지원, 다양한 인센티브 등 제로에너지건축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화성 #온실가스 #도서관 #난방 #온실가스 감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