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9년 12월 07일 18시 19분 KST

AI로봇에게 호텔 룸서비스를 받아봤다. 아직 사람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유용한 점과 불편한 점이 공존했다.

”수건이 부족한데 좀 가져다 주세요.”

1209호 투숙객이 수건을 주문하자 약 1m 높이의 분홍색 원통형 ‘인공지능(AI) 로봇’이 수납공간에 수건을 담은채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 20층 로비를 출발했다. 자율주행 기술로 이동한 로봇은 엘리베이터도 알아서 척척 타고 객실 앞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조작은 전혀 없었다.

뉴스1

KT는 지난 2일 국내 최초 AI 호텔인 노보텔 앰베서더 동대문에서 AI 호텔 로봇 ‘엔봇’(N bot)을 도입해 호텔용품 무인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엔봇의 배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뉴스1>이 지난 5일 객실 내 태블릿으로 수건, 세면도구, 옷걸이 등 간단한 물품을 신청하면 20층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엔봇이 10분 내로 객실까지 직접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AI로봇, 3D 공간맵핑·자율주행 활용해 엘리베이터도 ‘척척’

뉴스1

이날 엔봇이 맡은 임무는 1209호 투숙객에게 수건을 갖다주는 일이다. 객실에서 수건 주문이 오자, 엔봇이 프론트 직원에게 주문내용을 전달했다.

프론트 직원은 주문에 맞게 수건 하나를 가져와 엔봇의 머리에 있는 뚜껑을 열고 수납공간에 넣었다. 물품을 전달받은 엔봇은 ‘3D 공간맵핑 기술’로 호텔 내부 지도를 미리 학습한대로, 스스로 길을 찾아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까지 움직였다.

엔봇이 4대의 엘리베이터가 모여있는 복도에 도착해 신호를 보내자 4개의 엘리베이터 ‘내려감’ 버튼이 일제히 켜졌다. KT는 ”엔봇이 엘리베이터와 통신해 직접 명령을 내려 버튼이 작동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12층에 내린 엔봇이 좁은 복도를 이동하다 양갈래길에서 잠시 멈춰섰다. 미리 학습한 지도를 바탕으로 본인이 가야할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다. 약 3초 가량을 생각하던 엔봇은 이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엔봇이 도착하자 객실 내부 태블릿에는 도착 알람이 떴다. 투숙객이 객실호수를 누르고 수건을 받으면서 엔봇은 임무를 완수했다.

뉴스1

그런데 20층으로 돌아가던 길에 엔봇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대여섯명이 되는 인원이 엔봇의 경로를 가로 막은 것. 엔봇은 멈춰 ‘잠시 비켜달라’고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비켜주지 않자, 사람들 사이사이의 길을 스스로 인식해 이리저리 피해갔다.

큰 부피·느린 이동속도는 단점…급한 상황에서는 서비스 속도 아쉬울듯

그러나 아직 아쉬운 점도 보였다. 먼저 엘리베이터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엔봇의 크기다. 실제로 엔봇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캐리어를 들고 있던 투숙객 두명이 벽 쪽으로 바짝 붙어야 했다. ‘펭수’ 뺨치는 거구다.

또 20층 로비로 복귀하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앞에 다른 투숙객이 비켜주지 않고 그대로 서있자 엔봇은 투숙객에 가로막혀 나가지 못하고 다른 층에서 투숙객이 내린 뒤에야 다시 20층으로 돌아와 내릴 수 있었다. 배달 업무 중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10분 내로 물품을 배달하는 건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뉴스1

엔봇의 이동 속도가 느린 것도 단점이었다. 막 샤워를 하고 나와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수건이 없는 것을 깨닫는 등 급하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엔봇을 기다리는 중이라면 다소 답답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KT는 ”로봇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할 때 인간이나 사물에 충돌하는 상황 대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투숙객의 안전을 위해 속도를 제한해둔 것”이라고 답했다.

엔봇, 손님 붐비는 시간 피해 주로 심야 활동…”직원·손님 부담 덜어줄 것”

현재 엔봇은 손님이 붐비는 체크인·체크아웃 시간대를 피해 심야에 일손이 부족한 시간대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AI로봇은 아직은 호텔에서 사람 직원의 자리를 ‘대체‘할 정도의 업무를 맡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호텔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정도는 충분해 보였다.

노보텔 측에서도 AI로봇의 룸서비스에 대해 ”아직 상용화한지 며칠 안돼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투숙객들이 재밌게 봐주는 편”이라며 ”외국인이 호텔 프론트에 외국어로 연락해야하는 경우나 심야 시간에 프론트에 연락해 룸서비스를 받을 때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유용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