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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포함 파키스탄 여성 629명이 중국에 신부로 팔려갔다

문서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다.

파키스탄 소녀들과 가짜로 결혼한 뒤 이들을 성매매로 내몬 혐의로 중국 국적 남성들이 올해 6월 파키스탄 라호르의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파키스탄 소녀들과 가짜로 결혼한 뒤 이들을 성매매로 내몬 혐의로 중국 국적 남성들이 올해 6월 파키스탄 라호르의 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ARIF ALI via Getty Images

파키스탄 라호르(AP) - 파키스탄 여성 629명이 중국 남성의 신부로 팔려 갔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AP가 입수한 이 문서는 인신매매를 조사하던 파키스탄 수사관들이 올해 6월 취합한 피해자 명단으로, 2018년 이후 중국으로 팔려 간 여성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수사관들은 공항에서 출입국 문서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파키스탄의 통합 국경 관리 시스템을 통해 629명의 여성을 파악했다. 이 정보에는 여성들의 국가 등록 번호, 중국인 남편의 이름, 결혼 날짜가 포함되어 있다.

 

돈이 되는 거래 

대부분의 결혼은 2018년부터 2019년 4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한 고위 공직자는 “629명 모두 가족에 의해 신랑에게 팔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목록이 작성된 이후 얼마나 더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매매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공직자는 ‘돈이 잘되는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원 보호를 위해 일하는 곳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AP와 인터뷰했다. 

“중국과 파키스탄 브로커들은 400~1000만루피(한화 약 3000~7700만원)를 받지만, 가족들에겐 약 20만루피(약 180만원) 밖에 주지 않는다.” 

ⓒARIF ALI via Getty Images

파키스탄의 인신매매를 수년 동안 연구한 이 공직자는 “수사관들이 만난 많은 여성들은 강제 임신 촉진 치료, 육체적·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며, “일부 여성의 경우 강제로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증거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하나의 보고서에는 중국으로 보내진 일부 여성들의 장기가 적출됐다는 주장도 담겨있다.

 

엄청난 압력 

그러나 수사관들의 조사는 이후 거의 중지됐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해칠 것을 두려워한 정부 당국의 압력 때문이다. 

올해 10월 파키스탄 법원은 인신매매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31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청하며 “경찰이 면담했던 여성들이 협박을 받거나 뇌물을 받은 뒤 증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인신매매 반대 활동을 하는 크리스천 활동가 사림 이크발(Saleem Iqbal)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인신매매 수사를 진행하는 연방수사부(FIA) 요원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

이크발은 인터뷰에서 “몇몇 요원들은 전출되기까지 했다”며 “우리가 파키스탄 지도자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내무부와 외교부는 관련된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수사관들이 좌절하고 있으며, 파키스탄 미디어 역시 ‘인신매매 보도를 하지 마라’는 압력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들 역시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아무도 이 소녀들을 돕고 있지 않다. 부정한 돈벌이가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커지고 있다. 왜냐? 그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간성은 어디에 있는가?” 한 공직자의 말이다.

 

중국 정부 입장 

중국 외교부는 해당 명단의 존재를 모른다고 밝혔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두 정부는 양국 국민들이 법과 규제를 지키며, 자발적으로 가족을 이루는 것을 지지한다. 불법적 결혼에 대해서는 관용을 보이지 않으며 단호히 맞서 싸운다.” 중국 외교부가 2일 AP 베이징 사무소에 팩스로 보낸 성명이다.   

ⓒARIF ALI via Getty Images

새로운 타깃, 파키스탄의 크리스천 

파키스탄의 소수집단인 크리스천들이 브로커들의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 브로커들은 빈곤한 부모에게 돈을 주고 딸(십대인 경우도 있다)을 중국인 남편과 결혼시킨 다음 중국으로 함께 돌아가게 한다. 중국에서 이 여성들은 고립, 학대, 강제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제발 돌아가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크리스천이 타깃이 되는 이유는 대다수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이들이 가장 가난한 커뮤니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신매매단은 중국인과 파키스탄 중개인으로 구성되며, 기독교 목사들도 들어가 있다. 주로 소규모 복음주의 교회 목사들인데, 이들은 신도들에게 딸을 팔라고 권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는다. 수사관들은 마드라사(종교 학교)에서 결혼 사무실을 운영하는 무슬림 성직자도 최소 한 명 발견했다. 

ⓒAAMIR QURESHI via Getty Images

 중국, 파키스탄의 든든한 우방 

올해 10월 중국 남성 31명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된 후, 파키스탄인들과 최소 21명의 중국인 용의자들이 관련된 다른 재판이 열렸다. 그러나 중국인 피고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나와 출국했다. 활동가들, 인권 운동가들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경제적 관계를 위험하게 하지 않으려고” 여성 인신매매를 쉬쉬하려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파키스탄의 든든한 우방이었다. 특히 불안정한 인도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렇다. 중국은 테스트를 거친 핵 장비와 핵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실크로드를 재건하고 중국과 아시아 전체를 잇겠다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하에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다. 75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통로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은 파키스탄에 도로 건설과 발전소, 농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인프라 구축을 제공하기로 했다. 

ⓒAAMIR QURESHI via Getty Images

 중국의 인구 구성 

중국의 외국인 신부 수요는 남성이 여성보다 약 3400만명 더 많은 중국의 인구 구성 때문이다. 35년간 시행되다 2015년에 폐지된 ‘한 명만 낳기’ 정책의 결과이며, 압도적인 남아선호에 의한 여아 낙태와 영아 살해도 그 원인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이번 달 보고서는 미얀마에서 중국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것을 다루었다. 이러한 인신매매가 늘고 있으며, 파키스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북한, 베트남이 “모두 악랄한 비즈니스의 공급국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이슈에서 아주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신부 인신매매 비즈니스의 공급국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 보고서를 쓴 헤더 바(Heather Barr)가 한 말이다. 

국제 앰네스티의 남아시아 담당자 오마르 와리아크(Omar Warriach)는 “중국과의 관계가 자국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모른 척하는 이유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부로 팔려 가는 여성에 대한 학대, 파키스탄 여성들이 이슬람교를 버리도록 ‘재교육 캠프’로 끌고 가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당국의 무관심 속에 여성들이 이런 처우를 받는다는 건 무시무시한 일이다. 그리고 이정도 규모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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