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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1989년 12월 6일의 '여성 혐오 총격 사건'을 매해 기억한다

왜 우리는 기억해야 하는가?

  • 박세회
  • 입력 2019.12.05 12:08
  • 수정 2019.12.05 12:09
1989년 12월 6일 벌어진 폴리테크니크 대학 총격 사건 희생자의 장례식 장면. 
1989년 12월 6일 벌어진 폴리테크니크 대학 총격 사건 희생자의 장례식 장면.  ⓒStringer . / Reuters

25세의 남성 마크 르팽은 1989년 12월 6일 몬트리올의 폴리테크니크 대학에 걸어 들어가 반자동소총으로 14명의 여성을 죽이고 14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부상자 중 4명은 남성이었으나 그의 타깃은 확실했다. 여성이었다. 총 28명을 사상케 한 르팽은 범행 직후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마크 르팽은 범행 전 긴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르팽은 ”내가 오늘 자살한다면 그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라며 ”왜냐하면 항상 내 삶을 훼방하는 페미니스트들을 그들의 창조주에게 돌려 보내주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유서 중간에는 ”페미니스트들은 언제나 나를 분노하게 한다”라며 ”그들은 남성의 자리를 차지하려 들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이점은 유지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 이후 캐나다는 12월 6일을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기억하고 근절하기 위한 날‘(National Day of Remembrance and Action on Violence Against Women)로 지정했다. ‘하얀 리본의 날‘로도 불리는 이 날은 캐나다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과 혐오를 기억하고 근절을 실천하는 날로 기린다. 매해 이대쯤이 되면 다수의 언론이 우리로 치면 ‘역사 속의 오늘’ 같은 꼭지를 기획해 이날에 대한 기사를  발행한다.

2019년 12월 4일 가디언은 ‘혐오는 전염된다 : 1989년 14명의 여성을 죽인 총기 난사 사건은 어떻게 오늘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가디언은 해당 기사에서 ”그러나 30년 전의 이 사건은 과거에 안전하게 봉인된 끔찍한 기억이 아니다”라며 “2019년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폴리테크 총기 난사 사건은 미래에 닥칠 일에 대한 불운한 예언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Two girls weep at the lying-in-state of victims from the mass shooting on December 6, 1989 at the Universite de Montreal's Ecole Polytechnique that left fourteen women dead, in Montreal, Quebec, Canada December 10, 1989. Picture taken December 10, 1989. REUTERS/Moe Doiron
Two girls weep at the lying-in-state of victims from the mass shooting on December 6, 1989 at the Universite de Montreal's Ecole Polytechnique that left fourteen women dead, in Montreal, Quebec, Canada December 10, 1989. Picture taken December 10, 1989. REUTERS/Moe Doiron ⓒMoe Doiron / Reuters

가디언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환기했다. 가디언은 ”지난 두 주 전 미국의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는 점은 여성이 남성의 ‘캣콜링’(모르는 사람에게 길거리에서 추파를 던지는 행동)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라며 “2018년 11월에는 온라인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글을 올렸던 남성이 핫요가 스튜디오에서 6명의 여성을 총으로 쏴 그중 2명을 사망케 했다. 2018년 4월에는 토론토의 알렉 미나시안이라는 남성이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죽였다. 그중 8명은 여성이었다”라고 밝혔다.

2019년의 혐오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셀’이다. 인셀은 ‘비자발적 순결 주의자(involuntarily celibate)’의 줄임말이다. 인셀 게시판에서는 ”여성과 사회는 우리를 낙담시켜 외로움과 우울에 빠지게 했다. 외모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우리 중 많은 사람을 분노와 살인 성향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서로의 분노를 공유하고 증폭한다. 앞서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한 남성 미나시안이 바로 ‘인셀‘이다. 인셀은 사회가 이름 붙이는 게 아니다. 미나시안 처럼 대부분 ‘인셀’을 자처한다.

르팽은 절대 아무에게나 총을 쏘지 않았다. 그는 교실로 들어가 50명의 남자를 밖으로 내보냈다. 교실에는 9명의 여성이 남아 총탄을 맞았고, 그중 6명이 사망했다. 르팽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인셀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리한 넘겨짚기는 아닐 것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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