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12월 05일 08시 58분 KST

'김기현 첩보'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 부시장으로 확인됐고 청와대가 난처해졌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보자의 신원을 파악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1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이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청와대가 4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이첩한 첩보문건을 옛 서류철을 뒤져 찾아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나 숨진 백아무개 특별감찰반원(서울동부지검 수사관)의 관여가 전혀 없었고, 제보자는 청와대 외부의 공무원”이라는 자체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를 발표하면서 제보자가 현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청와대의 조사 결과와 해명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 ‘하명수사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은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저희도 수사에 반영할 것이 있으면 반영하겠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제보자 미공개 논란 앞서

청와대는 이날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는 ㄱ행정관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제보한 이의 신분과 관련해 “청와대가 아닌 다른 정부기관의 공직자”라고만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보자는 ㄱ행정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전에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이다. ㄱ행정관이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지 않을 때(2016년)도 비슷한 내용의 비위 사실을 제보했고, 청와대로 들어오고 나서 몇달 뒤 또 연락이 와서 동일한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뉴스1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는 이어 제보자 신분과 관련해 “저희가 어느 정도 파악해서 알고 있지만 본인의 동의나 허락 없이 공개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며 “청와대가 조사할 수 있는 공직자의 범위가 아니고, 정당 소속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의 발표 이후 제보자가 현 울산시 부시장임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의 이날 설명은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제보자가 울산시장 선거 이후 부시장이 된 점을 고려하면, 제보자 자체가 누구보다 선거와 이해관계가 큰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첩보문건이 아니다’라는 점만 강조하고, 정작 제보자의 이런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점 자체가 심각한 문제로 꼽힐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제보자가 여당 후보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정황상 얼마든지 ‘정치적인 수사’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제보자는 박맹우 시장 때도 잘나갔고, 김기현 시장 시절에도 측근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제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 이력을 보면 절대 ‘우리 쪽’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기억 못할 정도의 일상적인 업무

이번 하명수사 의혹의 또 다른 핵심은 첩보의 출처뿐 아니라 첩보가 경찰에 전해진 경위와 이후 경찰의 수사 상황이 어떻게 청와대에 보고됐는지 등이다. 첩보 전달 과정과 관련해 청와대는 조사 과정에서 첩보문건을 만든 ㄱ행정관이나 이를 전달받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즉 선거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첩보로 판단하지 않고 일상적인 업무처럼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행히 경찰에 이첩했다고 하는 문건을 발견했고, 그것을 가지고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특감반원 혹은 특감반 외 행정관들에게 쭉 확인했다. 문건을 보여주면서 ‘혹시 이 문건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다니는 과정에서 ㄱ행정관이 자신이 작성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 문건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백 전 비서관한테 확인했는데, 본인은 전혀 기억을 못 했다. ‘선거개입 논란’이 생길 만한 크리티컬한(예민한) 이슈였으면 당시 민정비서관실에서 어떻게든 기억을 했을 텐데 전혀 기억을 못 했다”고 밝혔다.

수사 상황 보고와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경찰로부터 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아홉 차례 보고를 받은 것은 ‘하명수사’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일상적으로 벌이는 활동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것은 민정수석실 업무 중 하나다. 아홉 차례 가운데 민정비서관실이 보고받은 것은 마지막 한 번밖에 없다. 중간에 올라온 보고들은 원래 보고계통인 반부패비서관실로 오는 일반보고서였다”고 반박했다.

한겨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혐의 관련 수사 일지

 

■ 숨진 특감반원과 무관

청와대는 이날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라는 보고서도 공개했다. 전 특감반원이 검찰 조사 뒤 숨진 채 발견된 뒤 일부 언론이 ‘울산시장 비위 첩보’ 관련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그가 울산에 간 이유가 ‘고래고기 검·경 갈등’ 조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검·경 간 고래고기 환부 갈등’에 대해 민정수석실 자체조사라고 기재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숨진) 백 수사관이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이렇게 확인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너무 일상적인 일이고 별것 아닌 것으로 확인돼 좀 허탈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