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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대처' 애국기업 화웨이는 왜 중국 인민의 적이 되었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고소하라"

BARCELONA, CATALONIA, SPAIN - 2019/11/19: The logo of the Chinese company, Huawei during the Fair.
First day of the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 which exists to empower cities and collectivise urban innovation. More than 400 international experts and 844 global companies joined the congress which will take place from 19 to 21 November 2019. (Photo by Paco Freire/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BARCELONA, CATALONIA, SPAIN - 2019/11/19: The logo of the Chinese company, Huawei during the Fair. First day of the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 which exists to empower cities and collectivise urban innovation. More than 400 international experts and 844 global companies joined the congress which will take place from 19 to 21 November 2019. (Photo by Paco Freire/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화웨이의 무리한 고소로 251일을 감옥에서 보낸 전 화웨이 직원이 200명이 있는 메신저 창에 날카로운 폭로의 화살을 쐈다. 이 화살 하나로 미·중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횡포에 대항하는 희생자로 자리매김하며 중국의 ‘애국 기업’으로 칭송받던 화웨이의 명성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화웨이가 이 직원이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사측을 협박했다며 고소했으나, 결정적인 녹음 파일이 이 직원을 구원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2일 신경보(新京报)의 보도에 따르면 2005년 화웨이 계열사에 입사한 전 직원 리홍위안(李洪元, 42)은 지난 2018년 1월 퇴직하며 퇴직금 정산에 관해 인사 담당자와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3월 리씨는 약 38만 위안(6400만원)의 퇴직금을 송금받았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 16일 새벽 광둥성 선전시 공안국 소속 공안(경찰)들이 리씨의 집에 들이닥쳐 ‘협박’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리 씨가 회사와의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의 기밀을 폭로하겠다며 담당자를 협박했다는 내용이었다. 

리씨는 이때부터 2019년 8월 23일까지 총 251일간 구금됐다. 선전시 공안은 기밀 유출로 리씨를 기소하려 했으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협박으로 죄목을 바꿔가면서까지 열성을 보였으나 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과정을 보면, 지난 4월 21일 선전 사법 당국은 혐의점을 보강하라며 해당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냈다. 이후 6월 14일에는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사 당국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지난한 과정은 리 씨의 혐의가 얼마나 허술한 억측 위에 세워진 것이었는지를 방증한다.

결국 8월 22일 광둥성 선전 룽강 지구 검찰은 리 씨에 대해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렸다.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점이 분명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역 사법 당국은 지난 11월 25일 251일간의 구금한 데 대한 보상으로 리 씨에게 약 10만7752위안(약 1800만원)을 지급 결정했다.

리씨가 풀려나는 데는 경찰이 압수했던 리씨의 녹음 파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체포 당시 경찰은 리씨의 자택에서 리씨가 화웨이 측과 퇴직금을 협상할 당시의 음성 파일이 담긴 녹음기를 압수해간 후 이를 리씨 측에 제공하지 않았다. 리씨는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1월 구금 이후 수사 당국에 회의 현장을 녹음한 파일이 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결국 리씨는 구금된 상태에서 변호사를 통해 ”어쩌면 내 친구의 컴퓨터에 백업 파일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렸고, 이 변호사가 리씨의 아내와 함께 백업 파일을 찾아 제출했다. 검찰은 리씨의 녹음테이프를 통해 회의 당시의 상황에서 농담과 웃음소리가 나오는 등 협박의 정황으로 볼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무죄의 증거가 경찰의 손에 있을 때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의 전형이다.

Huawei Chief Financial Officer, Meng Wanzhou, (center) leaves the British Columbia Supreme Court, in Vancouver with her security team on October 1, 2019. - The 47-year-old Huawei chief financial officer was detained during a stopover at the Vancouver airport in December 2018, on a US warrant. The US wants to put Meng on trial for fraud for allegedly violating Iran sanctions and lying about it to US banks -- accusations her lawyers dispute. Meng -- a rising star whose father Ren Zhengfei founded Huawei and over three decades grew it into a global telecom giant -- expressed surprise when told she was being arrested, according to a transcript of her speaking with authorities after her flight from Hong Kong landed. (Photo by Don MacKinnon / AFP) (Photo by DON MACKINNON/AFP via Getty Images)
Huawei Chief Financial Officer, Meng Wanzhou, (center) leaves the British Columbia Supreme Court, in Vancouver with her security team on October 1, 2019. - The 47-year-old Huawei chief financial officer was detained during a stopover at the Vancouver airport in December 2018, on a US warrant. The US wants to put Meng on trial for fraud for allegedly violating Iran sanctions and lying about it to US banks -- accusations her lawyers dispute. Meng -- a rising star whose father Ren Zhengfei founded Huawei and over three decades grew it into a global telecom giant -- expressed surprise when told she was being arrested, according to a transcript of her speaking with authorities after her flight from Hong Kong landed. (Photo by Don MacKinnon / AFP) (Photo by DON MACKINNON/AFP via Getty Images) ⓒDON MACKINNON via Getty Images

이 사건이 대중에게 알린 방식은 마치 영화를 방불케 한다. 리씨가 풀려난 건 지난 8월 23일, 리씨에게 사법 보상금이 입금 명령이 내려진 건 11월 25일이다. 약 3개월간 잠잠하던 리씨는 11월 28일 아침 리씨의 부당한 구금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는 내용의 ‘형사배상결정서’를 200명이 있는 위챗 창에 올렸다.

사건 이후 화웨이 측의 대응은 재앙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사건 이후 리씨와 접촉을 시도하거나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일 화웨이는 ”화웨이는 불법 의혹을 사법 당국에 신고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라며 ”리홍위안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면 화웨이를 고소하는 것을 포함해 자신이 가진 사법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중국 시민들은 화웨이의 태도에 격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기원시보에 따르면 특히 공안 당국이 이와 관련한 포스팅을 빠르게 삭제하고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것들이 사라지며 논란과 분노가 더 크게 번지고 있다. 

한편 지난 2018년 12월 1일 미국 정부는 남미로 가기 위해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자 화웨이의 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를 체포했다. 당시 미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에 화웨이가 통신 장비를 팔았다는 혐의 등을 댔다. 이 사건 이후 불거진 미·중 무역 전쟁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애국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민심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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