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2월 03일 14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2월 03일 14시 30분 KST

트럼프 정부가 프랑스산 와인과 핸드백 등에 100% 관세를 예고한 배경은 이렇다

프랑스의 '디지털 서비스 세금'법 시행에 대한 보복 조치다.

Benoit Tessier / Reuters
A barman pours a glass of Beaujolais Nouveau wine in a bistrot in Paris, France, November 21, 2019. REUTERS/Benoit Tessier

미국 트럼프 정부가 24억달러(약 2조8400억원)어치의 프랑스산 와인, 핸드백, 치즈 등의 제품에 최대 10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2일(현지시각) 공식 언급했다. 당장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은 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도자료를 내고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지난 몇 개월 동안 조사를 벌인 끝에 프랑스 정부가 다국적 테크 기업들에 이른바 ‘디지털 서비스 세금(DST)’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으로 지배적인 세금 정책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것의 영향을 받는 미국 기업들에게 이례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USTR의 조사 결과 프랑스의 DST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특정 미국 테크 기업들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설됐다고 판단했다는 게 USTR의 설명이다.

조사 보고서에는 DST 도입을 담당하는 프랑스 주무부처 장관과 정부 관료들이 계속해서 이 법안을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세금”으로 지칭해왔다는 내용도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됐다. 

DENIS CHARLET via Getty Images
A picture taken on August 28, 2019 shows the US multinational technology and Internet-related services company Google logo (top L), US online store application Amazon (top C), US online social media and social networking service, Facebook (top R) and US multinational technology company Apple logo application (down C) displayed on a tablet in Lille. (Photo by DENIS CHARLET / AFP) (Photo credit should read DENIS CHARLET/AFP via Getty Images)

 

프랑스 정부는 구글, 페이스북 등 프랑스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을 낸 다국적 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프랑스에서 거둔 연간 총수익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제정해 7월 말부터 시행했다. 유예기간 없이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해당 기업들에 대한 과세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프랑스가 올해 초 DST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프랑스에서 돈을 벌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프랑스에(도) 내야 한다는 것.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다국적 테크 기업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라인 광고 및 제품 판매 등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과세 대상 법인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해당 국가에는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이나 인도처럼 프랑스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국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주요 7개국(G7)은 ‘디지털세’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ASSOCIATED PRESS
French President Emmanuel Macron and U.S President Donald Trump attend the final press conference during the G7 summit Monday, Aug. 26, 2019 in Biarritz, southwestern France. French president says he hopes for meeting between US President Trump and Iranian President Rouhani in coming weeks. (AP Photo/Francois Mori)

 

지난 7월 프랑스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미국 정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일본의 라쿠텐 등도 DST법의 적용 대상이기는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핵심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그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보복 관세 부과를 위한 자체적인 명분을 갖추게 됐다.

뿐만 아니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DST와 비슷한 세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USTR은 DST 또는 선두적인 미국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을 겨냥한 그밖의 다른 시도들을 통해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늘어나는 보호주의에 대항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말이다.

USTR은 최대 100%에 달하는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은 63개(24억달러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프랑스에서 수입한 상품(520억달러)의 약 5%에 해당한다. USTR은 추가 관세 규모는 “DST로 초래되는 미국 경제상 피해 수준”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tephane Mahe / Reuters
Louis Vuitton handbags are displayed as an employee works in a Vuitton new high-end garment factory in Beaulieu-sur-Layon, near Angers, France, September 5, 2019. REUTERS/Stephane Mahe

 

로이터는 프랑스산 스파클링 와인, 핸드백, 메이크업 화장품 등이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에어버스 보조금을 둘러싸고 EU와 무역 분쟁을 벌이면서 미국 정부가 단행했던 25%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빠졌던 품목들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지난 8월 90일짜리 ‘휴전’에 합의했었다.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들에 대한 과세 방법에 관한 국제적 합의기준을 만들자는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이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는 국제사회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면 자국의 새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국제사회 차원에서 논의를 계속해 해법을 찾아보자는 합의를 미국이 번복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들은 이제 와서 우리에게 이런 해법은 원하지 않으니 그냥 프랑스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르 마리 장관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말했다.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절대, 절대, 절대로 테크 자이언트들에 대한 과세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