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12월 03일 09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2월 03일 09시 39분 KST

"완전히 달라지겠다"던 황교안의 당무 복귀 첫 인사 : '친황체제' 구축

단식을 마치고 복귀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직자 일괄사표 제출 4시간 만에 당직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단식을 마치고 2일 당무에 복귀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등 당직자들을 전격 교체하며 이른바 ‘친황 체제’ 구축에 나섰다. 황 대표는 당무 복귀 일성으로 “당 운영의 과감한 쇄신”을 약속했지만, 이날 오후 발표된 당직 인선 내용은 공언했던 인적 쇄신과 거리가 멀었다. 당 안팎에서는 측근들 중심의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당 쇄신을 요구했던 김세연 의원에게서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빼앗기 위한 인사가 아니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 텐트에서 진행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직자 일괄사표를 제출한 박맹우 사무총장 등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는 35명의 당직자 일괄사표 제출 뒤 4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신임 사무총장에는 박완수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엔 송언석 의원이 임명됐다. 대표 비서실장에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대변인에는 박용찬 당 영등포을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이 추가 임명됐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외부 인사인 성동규 중앙대 교수를 내정했다. 신설된 전략본부장직은 재선인 주광덕 의원이 맡았다. 전원 초·재선이거나 원외 출신이다.

뉴스1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주요 당직자 인선을 전격 단행했다. 왼쪽부터 박완수 신임 사무총장, 송언석 전략기획부총장, 김명연 대표 비서실장, 박용찬 대변인, 성동규 여의도연구원장.

 

이번 인사는 8일간의 단식으로 당내 쇄신 요구와 리더십 비판을 돌파한 황교안 대표가 앞으로 주도권을 쥐고 정국을 운영해가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완수 신임 사무총장과 송언석 전략기획부총장 모두 영남권 초선이자 대표적인 ‘친황(교안)계’ 인사로 꼽힌다. 박맹우·추경호·김도읍 의원 등 황 대표의 측근에 포진한 초·재선 친박계가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새로 비서실장을 맡게 된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편이지만, 수석대변인직을 맡아오며 마찬가지로 친황계로 분류된다.

황 대표 쪽은 상대적으로 젊은 초·재선들을 과감하게 전면으로 끌어올려 기용했다는 데서 혁신 의미를 찾고 있지만, 당내에선 “친박 물빼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날 오전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사랑채에서 당무 복귀 뒤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단식 이전의 한국당과 이후의 한국당은 확연히 달라질 것”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하겠다”며 당 운영의 과감한 쇄신과 보수통합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 당직자 일괄사표가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의 보수통합 전 공간을 넓혀주는 사전 포석이 될 것이라던 관측도 불과 4시간 만에 힘을 잃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당무에 복귀하면서 앞으로 청와대 앞 천막에서 업무를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국회를 통한 정치’보다 여전히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장외 정치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선 우려가 크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인사가 만사인데, 초선에 보궐 출신인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으로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인사만 했다 하면 참사다. 이럴 거면 왜 당직자들 일괄사퇴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검찰 수사로 여권에 악재가 생겨 또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쇄신이 아니라 쇄악이다. 김세연 쳐내고 친박 친정체제.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