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2월 03일 17시 54분 KST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트럼프와의 '대가' 논의를 부인했다

미국 정치권의 핵심 논란에 얽혀든 그는 무척 피곤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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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sident of Ukraine Volodymyr Zelensky attends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Lithuanian President (unseen) after talks at the presidential palace in Vilnius, Lithuania, on November 27, 2019. (Photo by Petras Malukas / AFP) (Photo by PETRAS MALUKAS/AFP via Getty Image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 지원 재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가(quid pro quo)’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진행한 대통령 탄핵조사의 핵심 의혹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자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보류했던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고, 자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만 아니라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는 2일(현지시각) 공개된 시사매거진 타임(TIME) 인터뷰에서 ”나는 대가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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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Donald Trump offers a hand shake to Ukrainian President Volodymyr Zelensky during a meeting in New York on September 25, 2019, on the sidelines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Photo by SAUL LOEB / AFP) (Photo credit should read SAUL LOEB/AFP via Getty Images)

 

미국 하원의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과 그 아들에 대한 부패 의혹 등을 수사해달라고 우크라이나에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게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측은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보류하는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수사들에 착수하겠다고 우크라이나 공식 발표해야만 한다는 것.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했던 전·현직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같은 대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가 논의는 없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고맙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번 (탄핵) 건은 끝났다. 아무것도 안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라도 돌아와서 일을 해야 한다!”

반면 인터뷰를 진행한 사이먼 슈스터 기자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그는 그 문제에 끌려들어가기를 거부했고 그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탄핵조사가 계속 진행중인 지금 시점에라도 빠져나오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임 이전에 만났을 때 보였던) 그런 낙관주의는 사라졌다. 취임한 지  6~7개월 밖에 안 됐는데 그는 시니컬한 것처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애초 군사 지원을 보류했던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중이다.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라면 (군사 지원 등) 우리를 위한 어떤 것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했다. ”이건 그저 공정성에 대한 문제이지 대가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부패한 국가’로 낙인 찍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미국은 전 세계 모두에게 시그널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국가‘라고 말하면 그건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다. (중략) 모두가 그 시그널을 듣는다. 투자자들, 은행들, 이해관계자들, 기업들, 미국인들, 유럽인들, 우크라이나에 국제 자본을 둔 기업들. 이건 그들에게 ‘조심하라, (우크라이나에) 투자하지 말라‘거나 ‘거기서 나오라’는 시그널이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런 것들(부패)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있다”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을 청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그 시그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ASSOCIATED PRESS
Ukrainian comedian Volodymyr Zelenskiy, who played the nation's president in a popular TV series, and is running for president in next month's election, is photographed on the set of a movie, in Kiev, Ukraine, Wednesday, Feb. 6, 2019. Zelenskiy said in an interview with The Associated Press Wednesday that Ukrainians’ hopes for positive changes have failed and they view the current political elite with dismay. (AP Photo/Efrem Lukatsky)

 

취임 7개월째를 맞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평화협상에 대한 회의감도 드러냈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이번 회담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이어져 온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의) 협상들을 들여다 본 결과 내가 알게 된 것은 이렇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이런 회담들에 온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각자 나름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회담이 그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것.

그는 그동안의 앞선 합의들에서 휴전이 최우선 조치로 언급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총격이 사그라들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동부 지역에서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지난 10월 서명했지만, 이 지역을 점령한 반군들이 병력을 완전히 철수할 경우에만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을 그었다.

‘평화협상에 임하면서 푸틴에 대한 신뢰가 있느냐’는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모두가 각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는 러시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빼놓고 우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이 분쟁을 해소할 ”열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