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1월 29일 15시 28분 KST

EU 의원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EU 시민들과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Vincent Kessler / Reuters
Members of the European Parliament react after a vote during a voting session in Strasbourg, France, November 28, 2019. MEP's voted on thursday on a "climate emergency" resolution ahead of a United Nations climate conference in Madrid and on the European Parliament stance for the UN COP25 climate conference. REUTERS/Vincent Kessler

유럽연합(EU) 의회 의원들이 28일(현지시각) ”기후 및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음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앞두고 나온 상징적 선언이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날 토론 끝에 찬성 429명, 반대 225명, 기권 19명으로 ”비상사태(emergency)”를 선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미국 뉴욕이나 호주 시드니 같은 도시나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의 국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한 적은 있지만 국가 연합체 차원에서 이같은 선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의원들은 또 EU가 늦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다가오는 COP25에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430표, 반대 190표, 기권 34표로 통과시켰다. 

탄소 중립은 배출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삼림 조성 등)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상쇄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의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EU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현재 EU의 목표치가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이 정한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결의안은 12월1일 공식 임기를 시작하는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환경정책 패키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에 EU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2030년까지)를 현재의 40%에서 55%로 높이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밖에도 의원들은 회원국들이 녹색기후기구(GCF) 출연금을 최소 두 배 이상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2020년까지 화석연료에 대한 직·간접적 정부 지원을 모두 없앨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FREDERICK FLORIN via Getty Images
Members of the European Parliament take part in a voting session during a plenary session at the European Parliament in Strasbourg, eastern France on November 28, 2019. (Photo by FREDERICK FLORIN / AFP) (Photo by FREDERICK FLORIN/AFP via Getty Images)

 

‘비상사태’ 결의안을 작성한 파스칼 캉팽(프랑스 여당 앙마르슈 소속)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결의안에 담긴 ”강력한 메시지”의 의미를 강조했다.

 “COP25를 앞둔 지금, 새 집행부가 들어서는 이 때,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한 지 3주가 지난 뒤, 유럽이 기후 및 환경 비상사태를 처음으로 선언한 첫 번째 대륙이 됐다는 사실은 EU 시민들과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네덜란드 녹색당 소속 바스 에이크하우트 의원은 ”이 결의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징적인 조치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환경운동 단체들도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표결에 앞서 토론에 나선 세바스티앙 망 그린피스 EU 기후정책보좌관은 ”우리들의 집이 불타고 있다”며 ”유럽의회는 불길을 봤지만,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5년 전만 해도 유럽의회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표결에서는 정치 성향과 소속 국가의 특수성에 따라 의원들의 의견이 일부 엇갈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기후 비상사태”라는 표현을 두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비상사태”를 뜻하는 독일어 표현(der Notstand)이 나치 시대 때 제정됐던 일종의 긴급조치법(Rechtfertigender Notstand)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일부 독일 의원들이 불편하게 여긴 탓이다. 

EPP는 대신 ”기후 위기(urgency)”라는 표현을 쓰자는 입장이었다. EPP의 환경 담당 대변인 페터 리제는 ”긴급하게 행동하는 것은 맞지만 비상사태를 선포할 일은 아니”라며 기후 비상사태가 ”가짜 논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EPP 소속 의원 상당수는 유럽의회 내 진보, 사회주의, 녹색당, 급진좌파 등을 따라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ASSOCIATED PRESS
People attend a 'Fridays For Future' rally in Frankfurt, Germany, Friday, Sept. 20, 2019. Protests of the 'Fridays For Futurte' movement against the increase of carbon dioxide emissions take place on Friday in cities around the globe. In the United States more than 800 events are planned Friday, while in Germany more than 400 rallies are expected. (AP Photo/Michael Probst)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신임 EU 집행위원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EU 차원의 첫 법률을 제안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2020년 3월까지 모든 회원국들이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폴란드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돕기 위해 350억유로(약 45조5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