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보안군이 28일(현지시각)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해 최소 45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건 남부 도시 나시리야에서였다. 진압 병력들은 이날 동이 트기 전부터 교량을 점거하고 경찰서 앞으로 모여들었던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최소 29명이 숨졌다. 주민들은 희생자들을 매장하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깨고 거리로 나섰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티그리스강 교량 인근에서 보안군이 실탄과 고무탄을 발포해 네 명이 숨졌고, 바그나드에서 남쪽으로 160km가량 떨어진 시아파 성지도시 나자프에서는 열 두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27일) 밤 시위대는 나자프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에 불을 지르며 환호했다. 이라크 정부에 대한 불만을 넘어 이라크 정부와 사회에 광범위한 입김을 행사하는 이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란은 28일 밤 이라크와의 메흐란 국경을 폐쇄했다고 로이터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0월초 부패와 전기·수도 공급 부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시아파 주민 거주지역들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점점 격화되며 이라크 전역으로 번져왔다.
시위 발발 6일 만에 150여명이 숨지는 등 시위가 격화되자 압델 압델 마디 총리는 내각 개편과 고위 공직자 임금 삭감, 청년실업률 감소 대책 등을 발표했다.
이로써 한동안 시위는 잠잠해졌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다고 판단한 시위대는 10월말 거리로 다시 쏟아져왔다. 여기에 실탄 발포를 주저하지 않는 당국의 강경 진압이 이어지면서 시위는 오히려 더욱 확산되어왔다.
시위를 주도하는 젊은층은 이란이 이라크를 사실상 착취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실업난과 생활고, 공공서비스 부족 등의 배경에 이란이 있다는 것.
사담 후세인 실권(2003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인 젊은층은 이란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시리아 내전 등을 거치며 시아파 국가들의 결속을 다지는 과정에서 2011년 미군 철수로 권력 공백이 생긴 이라크를 사실상 ‘흡수‘했다고 본다. 이라크 정부는 이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나자프 이란 영사관 방화를 목격했다는 한 시위자는 ”나자프의 모든 (이라크) 진압 경찰과 보안 병력은 마치 우리가 이라크 전체를 불태우기라도 했다는 듯이 우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또다른 시위자는 이란 영사관 공격을 ”용감한 행위”로 평가하며 ”우리는 이란인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가까운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 민중동원군(PMF)은 시위대를 향해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PMF의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는 시위대가 이라크 내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시스타니를 위협한다면 ”손을 잘라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