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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9일 16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29일 17시 00분 KST

밀린 월급 받으러 간 이주노동자들, 5분 넘게 폭언만 들었다

지난해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액은 972억원이다.

뉴스1
10월 2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동의 자유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 사장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 3명에게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하고, 폭언과 폭행까지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공장의 사장 A씨는 밀린 임금을 달라며 찾아온 필리핀 국적의 미등록 이주 노동자 3명에게 폭언을 쏟아부었다. 서울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A씨는 “내가 월급 안 준다고 했냐 개XX야, 기다려 이 XX야, 두 달 더 기다려 XXX야”라며 ”니가 잘했어? 이 XXX야”, “일을 거지같이 해놓고 돈 달라고 온 거야, 이 개XX야”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후에도 폭언은 5분 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 7~8월 A씨의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언어폭력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다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밀린 임금 620만원을 달라고 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 22일 A씨를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에 고발했다. A씨는 이전에도 이주노동차에 대한 임금을 자주 체불해 고용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성서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A씨는 욕설뿐 아니라 자신이 가라테를 배웠다며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B씨는 ”낡은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서 사장에게 이야기하면 화를 내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조건을 악용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주노동자 임금 체불액은 972억원이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이주노동자에게 ‘등록을 하고 일을 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의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적법하게 입국한 이주노동자들까지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일도 많다.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사업장 변경 신청기간과 구직기간을 넘겨 미등록 체류자가 된 이주노동자는 2만8709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는 기존 회사와 근로계약이 끝난 날부터 한달 안에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야 하고,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날부터 세달 안에 새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하루라도 기간을 넘길 경우 체류가 취소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 만료 하루 전 겨우 취업이 된 한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서를 받기 위해 고용센터를 찾았지만 담당직원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음날 방문했을 때 그는 ‘고용 불허’ 통지를 받고 결국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주가 행정절차를 미뤄서, 고용센터가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 제한 조건이 너무 과도하고, 고용센터에서 구직 알선 과정이 소홀해 미등록 체류자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동 제한 조건을 완화하고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휴대폰이나 워크넷 등으로 구직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