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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적 판결 "살인자에게도 잊혀질 권리 있다. 검색 결과에서 이름 지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자료사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모습.
자료사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모습. ⓒULI DECK via Getty Images

독일의 최고 법원이 살인자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지난 27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낸 성명서에 따르면 헌법재판관들은 검색 엔진들이 현재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한다면서도, 진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보도의 공익성은 시간에 따라 감소한다고 봤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진정인이 저지른 1982년의 선상 살인 사건은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1982년 캐리비언 바다를 항해하던 배의 선원이었던 진정인은 심한 말다툼 끝에 총으로 두 명을 사살하고 한 명을 심하게 부상케 한 바 있다. 범행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그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종신형을 받았으나 2002년 석방됐다.

워낙 떠들썩했던 사건이라 이후 이를 다룬 책이 나왔으며, 2004년에는 독일 공영방송 ARD에서 TV 다큐멘터리로 다루기도 했다. 1999년 인터넷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할 때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지 슈피겔이 이 사건을 다룬 보도에는 그의 풀네임이 등장한다. 

진정인은 출소 후인 2009년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 문서들에 올라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보도를 삭제하기 위한 법적인 조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독일 연방법원은 그의 사생활권이 공익과 언론의 자유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독일 헌재는 “인터넷 검색에서 자신의 이름과 성을 지워달라는 진정인의 요청은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모든 범죄자가 ‘잊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으며 ”범죄 시점으로부터 지난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꽤 넓은 파장을 퍼뜨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로써 이 사건은 연방법원이 헌재의 취지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 만약 이 판결에서 슈피겔을 비롯해 다른 모든 언론이 기사를 삭제하고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 문제는 커진다. 언론과 검색 엔진의 입장에서는 현재 일어난 사건에서 범인의 이름을 특정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지워야 할 의무가 생길 수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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