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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몰타에서 벌어진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고 있다

차량에서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 박세회
  • 입력 2019.11.27 20:18
  • 수정 2019.11.27 20:19
2018년 10월 살해당한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모인 몰타의 시민들. 
2018년 10월 살해당한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모인 몰타의 시민들.  ⓒASSOCIATED PRESS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2년 전 한 탐사보도 기자가 피살당한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정국이 흔들리고 있다. 벌써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의 내각에서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키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의 사퇴를 시작으로 곤라드 미치 관광장관, 크리스티안 카도나 경제장관도 줄줄이 사표를 냈다. 이들은 모두 정부 부패를 취재하던 2017년 대프니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 피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는 프리랜서 기자로 자신의 블로그에 여러 몰타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 부당이득과 돈세탁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써왔다. 그 중에는 무스카트 총리의 아내 미셸이 소유한 회사가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다.

갈리지아 기자는 ‘파나마 페이퍼‘라고 불리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비밀문건을 기반으로 취재 중이었다. 그는 스켐브리 실장과 당시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미치 장관이 파나마에 유령회사로부터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었다.

갈리지아 기자가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올린 기사는 2017년 10월16일 스켐브리 비서실장을 ‘사기꾼’으로 묘사한 글이다. 그날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는 자신의 차 안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기자가 암살된 후 2년 간 당국은 차 안에 폭탄을 심고 터뜨린 혐의로 남성 3명을 체포해 기소했지만 이들에게 암살을 지시한 배후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주 당국이 유력인사로 알려진 사업가 요르겐 페네치를 구속하면서 수사가 탄력받기 시작했다.

페네치는 미치 장관과 스켐브리 실장이 연관된 파나마 유령회사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네치는 경찰 진술에서 스켐브리 이름을 언급했고, 경찰은 26일 그의 집을 방문했다.

미치 장관은 사퇴를 표명하면서 ”많은 이유로 지금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향후 5년 간 정부가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정서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며, 정부가 환경보호 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는 부인했다.

카도나 장관은 지난 23일 경찰에 소환돼 카루아나 갈리지아 기자 암살과 관련해 심문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다”면서도 ”국익을 위해 물러날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무스카트 총리는 지난 25일 의회로부터 만장일치로 신임을 다시 얻었지만 유럽 전역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법 절차가 정치영역으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프레드 웨버 유럽의회 유럽국민당 대표는 ”총리는 자신의 내각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들과 국제투명성기구 등 언론자유기구 연합은 공동 성명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총리가 수사 중심에 서면, 수사에 권력이 지나치게 개입할 우려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사퇴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재선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늘 말해왔다”며 ”지금 내 역할은 이 어려운 시기를 가능한 한 가장 좋은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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