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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연합군 수장 암살작전을 막은 스파이가 93세로 사망했다

역사를 바꾼 부부

  • 박세회
  • 입력 2019.11.27 13:57
  • 수정 2019.11.27 13:58
지난 2005년 3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고르 바르타니안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지난 2005년 3월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고르 바르타니안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다.  ⓒASSOCIATED PRESS

아르메니아 출신으로 구소련의 스파이로 활동하며 나치의 연합군 암살작전을 막는 데 공훈을 남긴 고르 바르타니안이 9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녀는 1943년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 등 연합군의 수장들을 살해하려던 나치의 계획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 바르타니안의 남편 게보르크 바르타니안은 나치가 연합군 수장들을 살해하려 세운 ‘롱 점프 작전’을 막은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 군사 정보국은 1943년 10월의 어느 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연합군의 수장이 모일 예정이라는 소식을 입수하고 독일의 조지프 스탈린, 윈스턴 처칠, 프랭클린 루스벨트 3인을 암살할 작전을 수립했다.

그 과정에서 고르의 남편 게보르크와 그의 첩보원들은 테헤란에서 60km가량 떨어진 곳에 낙하산으로 잠입한 6명의 무선병 선발대를 포착했다. 바르타니안을 비롯한 소련의 공작원들은 이들이 테헤란에서 베를린으로 보고하는 무선을 감청해 10월 중순에 있을 정상들의 모임에서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독일군의 계획을 ‘롱 점프 작전’이라 부르는데, 이를 막은 게보르크 바르타니안은 전후 소련의 영웅이 되었다. 같은 정보요원이던 고르는 남편 게보르크가 이 작전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게보르크는 생전 자신의 영웅 훈장에 있는 5개의 줄 중 적어도 두 개는 아내 고르의 몫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구 아르메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태어난 고르 바르타니안 부부는 이 사건 이후인 1951년 구 소련으로 이주해 비밀 요원으로 커리어를 쌓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소비에트 시절 KGB의 후신 격인 러시아의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은 이들이 ”수많은 국가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첩보 활동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고르는 1986년 현장에서 은퇴했으나 젊은 요원들을 교육하는 데 힘써왔다고 한다. 그러나 SVR은 고르의 생전 업적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을 예정이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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