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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4명 중 1명은 '여성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한국이 더욱 심각하다.

Grungy Italy flag
Grungy Italy flag ⓒMinerva Studio via Getty Images

이탈리아에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5일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한 이탈리아 통계청의 성역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3.9%는 ‘여성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진정 원하지 않으면 여성이 성관계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39.3%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혹은 약물·마약 등의 영향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 여성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응답도 15.1%에 달한다.

또한 응답자의 17.7%는 남성이 부인 혹은 여자친구의 SNS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고 했으며, 7.4%는 남자관계를 이유로 남성이 여성에게 손찌검하는 일이 용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충격 보고서’라며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도 약 2년 전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17년 2월 공개된 전국 성인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한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의 54.4%는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밝혔다.

성폭력에 대한 가부장적인 인식은 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성보다 다소 낮은 비율이긴 하지만 여성 응답자의 44.1%가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답한 이들은 남성 55.2%, 여성 42.0%다.

‘여자가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다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 이들은 남성 56.9%, 여성 51.1%다.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만들어낸 그릇된 통념

성폭력은 정말로 피해자가 원인을 일부 제공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걸까.

그럴 리가 없다. 2015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서울과 인천의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 235명을 분석한 결과 ‘새벽 시간 집에 있던 20대 여성을 계획적으로 노린 성범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계획적 성범죄가 68%로 우발적 범죄보다 두배 이상 많았고, 범행 장소는 피해자의 주거지가 36%를 차지해 공공장소 19% 보다 훨씬 많았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기 때문에,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했기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성폭력이 벌어진다는 통념과 달리 성폭력은 피해자 요인 보다 가해자의 왜곡된 성인식 등 가해자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게 통계의 결론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복장이나 심지어 머리 스타일까지도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은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만든 그릇된 신화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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