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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본토에 비공식 홍콩 위기 대응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공식 채널인 연락판공실을 우회하는 채널이다.

  • 허완
  • 입력 2019.11.26 21:49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walk after Lam took her oath, during the 20th anniversary of the city's handover from British to Chinese rule, in Hong Kong, China, July 1, 2017. REUTERS/Bobby Yip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L) and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walk after Lam took her oath, during the 20th anniversary of the city's handover from British to Chinese rule, in Hong Kong, China, July 1, 2017. REUTERS/Bobby Yip ⓒBobby Yip / Reuters

홍콩/중국 선전 (로이터) - 중국 지도부가 홍콩 위기 상황 관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중국 본토에 위기대응센터를 설치했으며, 상황이 격화되고 있는 주홍콩 연락판공실 책임자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말했다.

홍콩 시위가 격해지면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중국 고위 지도부는 지난 20여년 동안 홍콩을 관리해왔던 공식 체계를 건너뛰고 선전 외곽의 한 빌라에서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홍콩은 중국 정부기관인 중앙인민정부 주홍콩연락판공실을 통해 소통해왔다. 홍콩 빌딩숲에 위치한 연락판공실은 감시카메라들과 강철 바리케이드, 강화된 유리구(球)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은 연락판공실의 왕즈민 주임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두 명의 관계자가 말했다. 연락판공실의 위기 대응에 대한 불만을 보여주는 신호다. 왕 주임은 홍콩 내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본토 중앙정부 관료다.

연락판공실은 홍콩과 중국에서 홍콩의 상황을 오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연락판공실은 부유층 및 본토에서 온 엘리트들과 어울리면서 (홍콩) 사람들과는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이건 바뀌어야 한다.”

지난 일요일(24일) 실시된 구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친중국파 정당들에게 참패를 안긴 뒤로 연락판공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범민주파 후보들은 홍콩의 자유에 대한 중국의 침해에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벌인 끝에 90%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해 최초로 큰 승리를 거뒀다.

중국 외교부 주홍콩특구 특파원공서는 26일 웹사이트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같은 보도를 ”거짓”으로 규정하면서도 추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홍콩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보호하고 이해를 증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입장문은 또 중국이 홍콩의 통치 원칙인 ”일국양제” 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홍콩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및 주홍콩연락판공실은 팩스로 제출된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실도 답변을 거부했다. 

A car leaves Bauhinia Villa in a leafy Shenzhen suburb in Guangdong province, China November 21, 2019. Picture taken November 21, 2019. REUTERS/David Kirton
A car leaves Bauhinia Villa in a leafy Shenzhen suburb in Guangdong province, China November 21, 2019. Picture taken November 21, 2019. REUTERS/David Kirton ⓒReuters Staff / Reuters

 

보하니아 빌라

소식통과 공식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홍콩 위기대응센터는 홍콩 연락판공실이 소유한 보하니아 빌라에 위치해있으며, 홍콩 깃발과 화폐에 새겨진 꽃에서 이름을 따왔다. 홍콩과 본토 경계의 바로 바깥에 위치한 이곳은 이전에도 위기대응센터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2014년 홍콩을 뒤덮었던 민주주의 시위 ‘오큐파이 센트럴’ 기간 동안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본토의 고위 당국자들은 잎이 무성한 이곳에 모여 전략을 짜고 위기 수습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여섯 명의 관계자가 말했다. 이들은 지난 5개월 동안 반정부 시위가 격해지는 동안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홍콩 당국자들을 이곳으로 불러 만났다고 말했다.

두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궁지에 몰린 캐리 람 행정장관도 있었다. 그는 시위를 초래했던 논쟁적인 ‘범죄인 인도법’을 지난 9월 중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승인을 받아 전격 폐기했다. 홍콩 경찰 당국자들, 재계 인사들, 현지 친중국파 정치인들 역시 이곳으로 호출됐다.

두 명의 당국자들과 또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곳 보하니아 빌라에서 작성된 브리핑을 매일 받아보고 있다. 위기대응센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중국 본토 및 홍콩 정부 당국자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과 가까운 한 선전의 사업가는 이 빌라를 ”최전선 지휘센터”로 묘사하며 당국자들이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대응책을 조직하고 홍콩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베이스 기지로 이곳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선전의 이 빌라에 시 주석과 연결되는 위기대응센터를 차린 것은 홍콩 상황의 중대성과 민감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시위는 범죄 혐의자를 중국 공산당이 사법시스템을 통제하는 본토로 송환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때문에 지난 6월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질서 회복을 바라지만 상황을 지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범죄인 인도법이 폐기됐음에도 중국이 홍콩에 부당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넓게 퍼지고 경찰의 폭력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커져갔다. 홍콩은 2047년까지 영국식 사법체계를 보장하는 협약에 따라 통치되고 있으며, 고도의 자치권은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로 번영하는 데 있어서 핵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콩과 본토의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경찰이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으며 폭력 사태가 초래된 건 극단적인 시위자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숲으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위치한 보하니아 빌라는 중국과 홍콩의 당국자들이 홍콩 언론의 시선과 시위로 마비된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Masks depicting China's President Xi Jinping hang on guard rail on a street during anti-government protest on Halloween day in Hong Kong, China October 31, 2019. REUTERS/Kim Kyung-Hoon
Masks depicting China's President Xi Jinping hang on guard rail on a street during anti-government protest on Halloween day in Hong Kong, China October 31, 2019. REUTERS/Kim Kyung-Hoon ⓒKim Kyung Hoon / Reuters

 

‘지휘본부격’

위기 관리를 위한 보하니아 빌라는 1997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으며서 홍콩을 관리하기 위해 세웠던 공식 체계와는 별도의 채널로 기능했다.

중국 국무원에 소속된 연락판공실은 그동안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이 되어왔다. 연락판공실은 홍콩 정부와의 관계를 다지는 한편 기득권 인사들, 중국 지방에서 온 사업가 및 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한 친중국 및 청년 단체들과도 관계를 조성해왔다.

베테랑 홍콩 정치 평론가 소니 로는 ”홍콩의 상황은 베이징 당국자들을 점점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안보와 신중함을 중시하는 게 ”홍콩보다는 선전에 홍콩 위기를 다루는 지휘본부격인 시설을 세운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하니아 빌라의 운영에 대해 잘 아는 세 명에 따르면, 애초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사업특구라는 홍콩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도 있는 폭력 진압을 피하면서도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절충안을 찾으려 했다. 6월9일 100만명이 거리로 나선 뒤에도 중국 정부는 홍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풍기려 했다고 이 관계자들은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규모 저항 이후 홍콩을 담당하는 중국 정부 최고위 관계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바로 그 인물인 한정 부총리는 람 행정장관에게 연락판공실을 거치는 대신 자신의 사무실과 직접 소통하도록 허가해 사실상의 핫라인을 구축했다.

그 뒤에 중국 공안부와 국가안전부, 사이버공간관리국을 비롯한 다른 부처의 차관급 당국자들이 모두 보하니아 빌라를 방문했다고 세 명의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 정부가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콩을 담당하는 중국 정부 최고위 당국자 두 명은 막후에서 홍콩 정부 지도부와의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보하니아 빌라를 활용했다.

그 중 한 명은 중국 최고위 정책 결정 기구인 국무원에 소속된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이다. 이곳에서 그를 만난 두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이곳을 자주 찾았다. 보하니아 빌라에서 장 주임을 만난 또다른 관계자는 그가 지금은 폐기된 범죄인 인도법의 중요성, 소요사태를 진압하려는 중국 정부의 향후 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는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명은 한 부총리다. 6월12일 홍콩 시위대가 입법회 의사당을 점거한 다음날, 한 부총리는 보하니아 빌라에 도착해 람 행정장관을 호출했다고 이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가 말했다. 소식통 세 명은 이날 이곳에 모인 이들은 중국 정부의 공안, 사이버안보 및 정보기관 당국자들, 홍콩 정책 고문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 보류를 제안하자 한 부총리는 중국 정부의 다른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눈 뒤 이에 동의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람 행정장관은 6월15일 법안 보류를 발표했다.

홍콩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홍콩의 연락판공실과 친중국파 고위 정치인들은 ”발표 직전까지 법안 철회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speaks to the media in a weekly news briefing after local elections in Hong Kong, China, November 26, 2019. REUTERS/Leah Millis
Hong Kong chief executive Carrie Lam speaks to the media in a weekly news briefing after local elections in Hong Kong, China, November 26, 2019. REUTERS/Leah Millis ⓒLeah Millis / Reuters

 

반얀 나무와 가시 철사

이같은 조치는 법안의 완전하고도 공식적인 폐기를 요구했던 시위대를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

시위가 계속되자 중국은 홍콩에서 더욱 눈에 띄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시위를 지지하거나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에 대해 중국 항공 당국이 운항을 중단시켰고, 경계 바로 바깥 선전에서 성급하게 공개적으로 군사 훈련을 벌였으며, 지난주에는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금지한 조치를 뒤집은 홍콩 법원의 판결을 비판함으로써 홍콩 사법체계에 개입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하니아 빌라는 오랫동안 준자치권을 가진 홍콩을 다루는 전초기지로 사용되어 왔다.

2014년 시위 당시 위기대응센터로 기능한 것을 비롯해 이곳은 중국 정부 당국자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고 홍콩의 인사들을 만나는 공간이기도 했다. 숙박 시설도 있고, 컨퍼런스나 행사에 충분한 공간도 있다. 또 보하니아 빌라는 홍콩의 친중국 캠프의 대표단들이 트레이닝을 받거나 중국의 연례 입법 회기를 앞두고 준비 모임을 갖는 등의 용도로도 쓰였다. 공식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 소유의 시설인 기린 빌라도 근처에 있다.

시 주석은 2012년 취임하기 전에 보하니아 빌라에 머무는 동안 이곳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검문소와 가시 철사가 달린 뾰족한 담장, 수많은 감시카메라들로 보안은 철저하다. 뒤편에는 나무로 덮인 가파른 언덕이 있고,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다른 쪽에는 컨퍼런스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로이터 기자들은 최근 이곳에 접근하려다가 제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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