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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망명 신청한 자칭 중국 스파이는 '조경미' 이름의 가짜 한국 여권을 사용했다

중국 정부는 부인했다

  • 박세회
  • 입력 2019.11.25 15:57
  • 수정 2019.11.25 16:02
왕리창.
왕리창. ⓒHandout

홍콩, 대만, 호주 등지에서 활동하던 중국 스파이가 호주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호주 조사관들은 이 스파이의 역할 중 하나가 중국의 끄나풀을 호주 의회에 심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스파이가 한국 여권을 사용 중이었다는 점 역시 관심을 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시드닝모닝해럴드를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왕리창은 홍콩, 태만, 호주 등지에서 활동하던 스파이로 중국에 송환되면 처형당할 것을 두려워해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리창이 호주 정부에 망명을 신청하며 제출한 진술서는 17페이지에 달하며 그 안에는 정보기관의 고위급 인사들의 이름과 이들 정보기관의 운영 방식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자신이 하는 업무의 위험성을 걱정한 그는 아내가 유학 중인 호주로 넘어가 현재는 시드니의 모처에서 여행 비자로 체류 중이다. 그가 호주 미디어에 밝힌 인터뷰는 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스며들고 있는지, 대만의 선거를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지를 포함하고 있다. 

왕은 시드니모닝해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대학과 미디어에 친중 성향의 공작원을 침투시키는 ‘차이나 이노베이션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CIIL)라는 홍콩 소재 회사 소속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지난 2015년 중국 당국이 홍콩 서점 주인 5명을 납치하는 데 개입했으며 홍콩의 반중 세력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기관에서 모종을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홍콩 서점 관계자 5인 납치 사건‘은 지난 2015년 중국 지도부에 비판적인 책을 팔아온 홍콩 ‘퉁뤄완’(코즈웨이 베이) 서점 관계자 5명이 홍콩, 선전, 태국, 파타야 등에서 중국으로 납치 및 연행된 사건을 말한다. 이중 서점 점장인 람윙키는 2016년 홍콩으로 돌아와 자신이 납치됐던 사실을 폭로했으나, 다른 이들은 스스로 홍콩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종 신고를 취소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등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홍콩 시위의 발원지를 이 서점 관계가 5인 납치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때 홍콩 인들은 ‘중국으로 우리를 끌고 갈 수 있겠다’는 공포를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중국 스파이라 주장하는 왕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정보원이 6명의 공작원을 보내 서점 창고에 있는 리보(5인 중 하나로 중국에 자발적으로 건너갔다고 진술)를 납치해 중국으로 데려갔다”라며 자신은 ”협상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의 지원 담당자로부터 모조 한국 여권을 받아 대만에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이 지시가 호주에 망명을 신청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시드니모닝해럴드는 왕의 가짜 여권 사진을 찍어 놀리기도 했는데, 왕의 이름 한국어 표기가 ‘조경미’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미심쩍다.(여권확인 주소)

특히 왕은 지난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당선을 막기 위해 ‘타깃 공격’을 하기 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보 당국이 20개 이상의 언론사와 인터넷 회사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중국 정보 당국이 들인 돈이 2억 달러(약 25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1윌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바로 코앞이라 왕의 발언은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 현 가오슝 시장인 한궈위(韓國瑜) 후보에게 2000만 위안(33억 원)을 기부하는 과정에 자신이 관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한궈워 시장 측은 뉴욕타임스에 이와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왕은 인터뷰에서 ”시진핑 휘하의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군사, 경제, 문화의 영역에서 모든 국가에 중국의 세력을 침투시키고 있다”라며 ”우리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고 밝혔다.

상하이 공안 당국은 왕리창이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도망 중인 범인이라고 밝혔다. 왕씨는 지난 4월 호주에 입국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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