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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소미아 양보 없었다'는 일본에 강하게 항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 허완
  • 입력 2019.11.25 09:21
(자료사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ASSOCIATED PRESS

청와대가 24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조건부 중지 발표를 ‘일방적 승리’라고 주장한 일본 정부를 향해 “외교 협상을 하는 데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계속 그렇게 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한 말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의 이런 작심 비판은 일본의 ‘왜곡’을 방치할 경우 향후 협상 주도권을 잃는 건 물론, 국내 여론에서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중지’ 발표 이틀 만에 양국 간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는 건 한-일 관계 정상화까지 앞으로도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장소인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중지 발표 뒤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가 외교 루트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중단 방침을 알려와 협의가 시작됐다’고 한 것에 관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 8월23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통보하자 일본 쪽 제의로 양국 외교 채널 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막판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를 바꾼 것도 ‘지소미아를 예정대로 종료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지난 19일 일본 정부에 태도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를 22일 자정(23일 0시)에 예정대로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자 일본 쪽이 당일 오후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고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품목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 자격 복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협상의 고비마다 압박감을 느껴 절충안을 낸 쪽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일본이었다는 얘기다. 정 실장도 “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한 뒤에야 한-일 간에 외교 채널 협의가 본격 시작됐다”며 “지소미아에 대해 우리가 어려운 결정을 한 다음 일본이 우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했다고 평가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Japan's Foreign Minister Toshimitsu Motegi, right, meets with South Korea's Foreign Minister Kang Kyung-wha before a bilateral meeting during the G20 foreign ministers meeting Saturday, Nov. 23, 2019, in Nagoya, Japan. (AP Photo/Eugene Hoshiko, Pool)
Japan's Foreign Minister Toshimitsu Motegi, right, meets with South Korea's Foreign Minister Kang Kyung-wha before a bilateral meeting during the G20 foreign ministers meeting Saturday, Nov. 23, 2019, in Nagoya, Japan. (AP Photo/Eugene Hoshiko, Pool) ⓒASSOCIATED PRESS

 

정 실장은 일본이 사과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 3개 품목에 대한 개별 심사와 허가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 발표했다. 이런 입장으로 일본이 우리와 협상했다면 애초에 합의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항의하자, 일본 쪽이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사과한다.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 실장은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며 상대를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유 트라이 미’(You Try Me)라는 경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와 세계무역기구 제소 철회는 모두 잠정적이고 조건부라는 걸 다시 강조한다”며 “앞으로 협상의 모든 것은 일본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미국의 압박을 못 견뎌 지소미아를 연장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관해 “(미국과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일체 거론이 안 됐다. (한-일 문제인) 지소미아가 굳건한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한-미 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라고 거듭 부연했다. 이번 논란이 한-미 동맹의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수의 일본 언론은 주말 동안 미국의 압력 탓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직후 주위에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매우 강해 한국이 물러났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일본은 (자신의) 카드는 꺼내지도 않은 채 수출규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 분쟁에서 양국 간 협의로 돌리는 성과를 얻었다”고 익명의 외무성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했을 뿐 아니라 일본 쪽의 예상을 뛰어넘어 세계무역기구 제소까지 유보했다며 “거의 이쪽의 퍼펙트게임”이라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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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와대 #지소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