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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는 홍콩인들이 투표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며 남긴 말들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나긴 싸움의 끝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ANTHONY WALLACE via Getty Images

한국에 사는 홍콩인들의 발걸음은 며칠 전부터 분주해졌다. 24일 구의원 선거 때문이다.

이날 선거는 친중 성향인 건제파(建制派)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 구의회의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다. 중도좌파 성향의 야당 민주파(民主派)가 약진할 경우, 그동안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으로 수세에 몰렸던 홍콩 시위의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는 만큼 홍콩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홍콩인 오모씨(22)는 21일 홍콩으로 출국했다. 오씨는 ”이번 투표의 향방이 홍콩 시위에 매우 중요하다”며 ”민주파가 후보를 많이 내기는 했지만, 투표를 하지 않으면 친중파가 이길까 걱정돼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치고 선거 다음 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인 오씨는 ”친구 2명도 함께 선거하러 홍콩으로 갔다”며 ”우리뿐 아니라 많은 홍콩인들이 투표 때문에 홍콩에 갔다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인 입씨(Yip·23)는 ”현재 상황이 너무 위험해서 귀국하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듣고 겁도 났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긴 싸움이 끝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ICOLAS ASFOURI via Getty Images

지난 8월 선거일에 맞춰 미리 비행기표를 사두었다는 입씨는 ”시위가 반년째 이어지지만 타지에 있으면서 홍콩을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도 했다. 그는 ”제가 가진 한 표는 보잘것없지만 모인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홍콩인 학생 E모씨(25)는 ”한국에 오기 전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시위에 참여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지역구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홍콩으로 돌아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직장인 추이씨(Tsui·28)도 ”한국에 있어서 시위대에 참여해 의견을 직접 내지는 못하지만, 투표라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홍콩행을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여러 사정으로 투표하지 못하는 이들

개인적 사정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홍콩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들은 직접 선거권을 행사하지는 못하지만 구의원 선거 결과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었다.

ⓒLeah Millis / Reuters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홍콩인 유모씨(25)는 ”홍콩에 너무 돌아가고 싶고 상황을 직접 보고 싶다”며 ”동생과 사촌들도 주말마다 시위에 나가고 있는데, 난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힘들고 무력감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씨는 ”한국에서 홍콩 관련 기사를 보고 혼자 자취방에서 운 적이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 사장님도 오늘(22일) 영업을 마치고 홍콩으로 가신대요. 홍콩인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는 친구들도 많이 가고, 어학원 친구들은 거의 다 간다고 해요. 투표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어요.”

홍콩인 학생 진모씨(26)도 ”졸업논문을 쓰고 있어 투표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대신 홍콩에 있는 친구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진씨는 그동안은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투표를 한 적이 한번도 없고, 홍콩의 젊은이들도 정치에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별 후회가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솔직히 그동안 홍콩 사람들은 이기적인 모습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시위를 거치며 모르는 사이인데도 물을 나눠마시고 필요한 것을 나눠쓰면서 ‘하나 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생각이 바뀌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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