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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뒤흔드는 아베의 벚꽃 놀이 스캔들 "전직 야쿠자도 초대받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촛불 나올 일이다

2018년 4월 21일 신주쿠공원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기자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4월 21일 신주쿠공원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기자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벚꽃놀이에 자기 지역구 사람을 초대해 접대했다는 ‘공식 행사 사유화 논란’으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야쿠자가 초대를 받기도 했다”는 폭로가 터지며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벚꽃을 보는 모임’(桜を見る会)은 일본 총리실이 주관하는 중요한 연례행사다. 1만~1만5000명 가량을 옛 일본 왕실의 정원인 신주쿠공원에 초대해 함께 벚꽃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총리실에서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총리 부부가 중심이 되고 정계 주요인사, 문화계 주요인사 등이 참석해 다과를 나누며 벚꽃을 본다. 

지난 2015년 벚꽃놀이에 참석한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장 왼편)가 일본의 코미디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2015년 벚꽃놀이에 참석한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장 왼편)가 일본의 코미디언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ASSOCIATED PRESS

문제는 아베 총리가 이를 사유화해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의 유권자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집단으로 행사에 참여해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중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을 관련 관광상품으로 판매해왔다는 의혹도 일었다. 지역구 사무소에서 배포한 상품 안내문에는 4가지 코스에 따른 도쿄 관광코스와 함께 명확하게 ‘아베 신조 사무소’라고 적혀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남성은 행사 참가비로 지역 여행사에 7만엔(약 76만원) 정도를 지불했다고 증언했다.

아베 총리뿐 아니라 여당의 주요 인사들에게도 꽃놀이 쿼터가 있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중의원 내각회의에서 1만 5000명의 꽃놀이 참석자 중 자민당이 6000명, 아베 총리가 1000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 역시 추천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의 예산을 들여 개인 후원 행사를 벌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특히 2014년에는 약 3천만엔(약 3억2천361만원)의 경비를 지출했던 이 행사가 2019년에는 약 5천500만엔(약 5억9천328만원)을 지출해 아베 총리의 집권 동안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서 파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야당과 언론이 벚꽃놀이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초청자 명단을 폐기했다”며 ”명단을 폐기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국유지를 헐값으로 매입해 자신이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으로 있는 사립학원을 세운 일로 불거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당시에도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는 재무성의 공문서를 파쇄한 바 있다. 이 일로 일본 정부는 내년 ‘벚꽃을 보는 모임’을 중단했다. 

주간 프라이데이는 22일 ”전과까지 있는 야쿠자 조직원이 ‘벚꽃을 보는 모임’에 초대됐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프라이데이 측은 다른 조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 인물을 찾아 확인한 결과 과거 조직원으로 생활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갱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전 야쿠자 조직원은 프라이데이에 ”자민당계 국회의원 등이 모이는 스터디 그룹에 참가했다가 그 그룹의 멤버에게 권유를 받았다”고 답했다. 프라이데이는 ”공적과 공로를 세운 각계 인사를 초대해 노고를 위로한다”는 벚꽃놀이의 취지를 벗어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벚꽃놀이 스캔들’의 여파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급락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가 지난 16~17일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베 총리 내각의 지지율을 45.1%까지 6%포인트 떨어졌다. 직전 조사(10월 19~20일)에선 51.1%를 기록한 바 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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