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1월 21일 14시 52분 KST

"트럼프의 지시를 따랐다" : 우크라이나 '대가성' 입증하는 폭탄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Chip Somodevilla via Getty Images
WASHINGTON, DC - NOVEMBER 20: Gordon Sondland, the U.S ambassador to the European Union, testifies before the House Intelligence Committee in the Longworth House Office Building on Capitol Hill November 20, 2019 in Washington, DC. The committee heard testimony during the fourth day of open hearings in the impeachment inquiry against U.S. President Donald Trump, whom House Democrats say held back U.S. military aid for Ukraine while demanding it investigate his political rivals. (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대사가 폭탄 증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가(quid pro quo)” 논의가 ”분명히” 있었고, 그 사실을 고위 당국자들이 모두 알고 있었으며, 모든 건 트럼프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힌 것이다.

탄핵조사는 트럼프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 개시를 발표하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백악관 회담을 그 ‘보상’으로 걸었다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개인적 목적에 공식적인 외교 행위를 동원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개입했다는 ‘음모론’에 대한 수사도 우크라이나에 압박했다. 그러나 ‘대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게 트럼프와 측근들의 반박이었다.

POOL New / Reuters
Ambassador Gordon Sondland, U.S. Ambassador to the European Union appears before the House Permanent Select Committee on Intelligence on Capitol Hill during the House impeachment inquiry hearings in Washington, U.S., November 20, 2019. Doug Mills/Pool via REUTERS

 

그러나 하원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호텔 사업가 출신 손들랜드 대사는 모두발언에서 대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위원님들께서 이 복잡한 일들을 간단한 질문으로 (압축해서) 표현해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가가 있었는가?‘라는 것이죠.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손들랜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가 요구한 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3억9100만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이나 트럼프와의 백악관 회동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보류된 것을 알게 됐지만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한 ”분명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결국에는 이 문제가 우크라니아 측의 수사 착수 발표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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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don Sondland, the U.S. ambassador to the European Union departs the House Intelligence Committee impeachment inquiry hearing into U.S. President Donald Trump in Washington, U.S., November 20, 2019. Anna Moneymaker/Pool via REUTERS

 

특히 손들랜드는 트럼프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만연한 부패를 해소할 것을 당부했을뿐,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불순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었다는 얘기다.

손들랜드의 말은 달랐다. 수사 착수를 ”발표”하도록 하는 게 트럼프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자신은 이해했다고 증언한 것.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부패 척결을 위한 철저한 수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저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사 착수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도록 함으로써 바이든에게 흠집을 내고 싶었음을 시사한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젤렌스키가 (트럼프가 요청한) 수사들을 꼭 실제로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손들랜드가 말했다. ”저는 (부패) 수사가 (실제로) 시작되어야 한다거나 끝까지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말을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습니다.” 

ASSOCIATED PRESS
U.S. Ambassador to the European Union Gordon Sondland is sworn in to testify before the House Intelligence Committee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Wednesday, Nov. 20, 2019, during a public impeachment hearing of President Donald Trump's efforts to tie U.S. aid for Ukraine to investigations of his political opponents. (AP Photo/Andrew Harnik)

 

또 손들랜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벌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등에게도 관련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즉, 트럼프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대가’ 논의의 전모를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모두가 일원이었습니다. 이건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따라서 자신과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 특사 등 우크라이나 압박을 실행한 당국자들이 ”비정상적이거나 못된 외교에 연루됐다는 식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고 주장했다.

손들랜드는 이 모든 우크라이나 압박 시도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개인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를 통해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것.

″줄리아니의 요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잡는 것에 대한 대가였습니다. 줄리아니는 2016년 미국 대선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해킹, (헌터 바이든이 임원으로 근무했던) 부리스마에 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을 우크라이나에 요구했습니다. 줄리아니는 미국 대통령의 의도를 전한 것이며, 우리는 대통령이 이 수사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수사에 대한 관심을 표한 적은 없고, ”군사 지원이 수사 착수 발표 여부에 달려있다고 트럼프가 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트럼프와의 통화를 마친 뒤 우크라이나가 수사 착수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군사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전적으로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개입하고 싶지 않아했고 루디 (줄리아니)가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손들랜드가 말했다. 그는 줄리아니를 도와주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두 나라의 외교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당시에는 이 모든 배경을 알지 못했으므로 자신은 ”선의”에 따라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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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 - NOVEMBER 20: House Intelligence Committee Chairman Adam Schiff (D-CA) gives closing remarks with ranking member Devin Nunes (R-CA) following testimony by Laura Cooper, deputy assistant secretary of defense for Russia, Ukraine, and Eurasia; and David Hale, under secretary of state for political affairs, before the House Intelligence Committee in the Longworth House Office Building on Capitol Hill November 20, 2019 in Washington, DC. The committee heard testimony during the fourth day of open hearings in the impeachment inquiry against U.S. President Donald Trump, whom House Democrats say held back U.S. military aid for Ukraine while demanding it investigate his political rivals. (Photo by Erin Schaff-Pool/Getty Images)

 

오후에 이어진 청문회에 출석한 로라 쿠퍼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부차관보도 트럼프 측의 기존 해명을 뒤집는 증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측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일찍 군사 지원 보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트럼프 측은 군사 지원 보류 사실이 8월말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대가‘나 ‘압박’이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쿠퍼가 이날 증언에서 새롭게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이르면 7월25일에 이미 지원금 진행 상황을 국무부와 국방부에 문의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증언한 국가안보회의(NSC)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7월3일경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보류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트럼프의 지시로 지원금 집행을 보류하는 공식 지침을 내린 건 7월18일이다.

이 지원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결국 트럼프의 요청대로 수사 착수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 직원으로 알려진 내부고발자가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모든 건 물거품이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텍사스로 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손들랜드의 증언을 일축했다.

″이건 다 끝났다. 그는 나에게 ‘우크라이나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중략) 나는 이렇게 답해줬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대가를 원하지 않는다. 젤렌스키에게 옳은 일을 하라고 말해줘라.’ 이게 내 대답이었다.” 트럼프가 말했다.

″나는 그를 잘은 모른다. 그렇게 많이 대화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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