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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으로 강제전학 판결 받은 가해 학생이 계속 학교에 재학 중인 이유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교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해자는 학교에 다니고 피해자가 다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강원지역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는 ‘제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처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교제한 지 얼마 안 된 A양과 B군은 함께 음주를 했다. A양은 만취했고, B군은 그런 A양을 성폭행했다.

ⓒMBC강원영동

사건 다음날 B군은 A양에게 사과했고, 처음에 A양은 이 문제를 덮기로 했다. 친근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반응이기도 하다. 데이트폭력연구소 김도연 소장은 ”충격을 겪으면 사건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오는 방어기제가 나타난다”며 ”한동안은 사건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져 일상적 태도를 유지하려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책과 상대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 늦은 대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작은 지역 고등학교 특성상, A양은 B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이들 사이에는 남녀사이, 선후배사이라는 위계도 존재했다”라며 ”지금까지 이런 사건에서 여성 쪽이 더 폄하되곤 해, 피해자는 곧바로 신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며 가해자와 교제를 이어가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적 맥락을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육체적 상해와 정신적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던 A양은 결국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여가 지난 뒤 상담센터를 찾았다. 이후 8월 말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꾸려졌으나, B군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B군은 ”사귀는 사이에 성관계를 물어보고 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했다.

학폭위는 B군의 범행을 인정해 강제전학 판결을 내렸다. B군은 재심을 신청했으나 재심 신청은 기각됐다. 그러자 B군은 행정심판을 신청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은 이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후 B군은 계속 학교에 재학 중이다. A양과 B군이 마주치는 것은 물론, 학내에는 소문이 퍼진 상태다.

ⓒMBC강원영동

지역 경찰은 B군을 준강간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의 부모는 MBC강원영동과의 인터뷰에서 “B군을 바라보는 것, 부딪히는 것도 힘든데 교사들이 계속 ‘고소를 취하하면 안 되냐, 네가 걔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상대방 아이(B군)도 일단 학습권이 보장돼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A양 변호사에 따르면 A양은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나 고위험 자살증후군으로 평가돼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A양 측은 지난 달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에 B군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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