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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0일 11시 59분 KST

‘쇳가루 공포’ 인천 사월마을 ‘주거지로 부적합’ 결론

주민들이 암과 호흡기질환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한겨레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주변 곳곳에서 쇳가루가 자석에 묻어 나온다. 사월마을환경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생체 내 유해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참고치보다는 낮았다. 암 발생 비율도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다만, 주거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수도권매립지에서 날아드는 먼지(비산먼지)와 마을 주변에 난립한 폐기물처리업체에서 나오는 쇳가루 등으로 주민들이 암과 호흡기질환 등의 피해를 호소했던 ‘인천 사월마을’에 대한 정부의 건강영향조사에서 이런 결론이 나왔다. 이번 조사는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환과 업체와 매립지에서 배출하는 유해물질 간 역학관계를 밝히지는 못한 것이다.

17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결과, 52가구 122명이 사는 이곳에는 제조업체 122곳, 도·소매 17곳, 폐기물처리업체 16곳 등 165곳의 공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82곳이 망간과 철 등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이다. 마을 앞 수도권매립지 수송도로에는 하루 평균 1만3000대의 대형트럭이 오가고, 마을 내부 도로는 소형트럭 등 하루 평균 700대가 통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월마을 위치도. 환경부 제공

환경오염 분석 결과, 이 마을의 대기 중 미세먼지, 중금속 등이 인천의 다른 주거지역보다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중금속의 주요 성분인 납, 망간, 니켈, 철 농도는 인근 지역보다 2~5배 높았다. 다만, 이들 성분의 농도가 국내외 권고치는 초과하지 않았다고 과학원은 설명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발생 오염원은 건설폐기물처리업이 19.4%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 운행 17.7%, 토양 관련 12.5% 차례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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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마을 주택 양옆에 폐기물처리공장과 제조공장이 들어서 있다.

주민건강조사에선, 주민 소변을 분석해보니 카드뮴, 수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대사체 및 혈액 중 납의 농도가 국민 평균보다 1.1~1.7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권고치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고 과학원은 밝혔다.

사월마을에서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가운데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에 걸렸고, 이 가운데 8명이 숨졌다. 이관 동국대 의대 교수는 “발생한 암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국 대비 암 발생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고 주야간 소음도가 높은 점, 주민들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인천시와 협의해 사월마을을 대상으로 주민건강 모니터링, 환경개선사업 등 사후관리계획을 세워 시행하도록 조처했다. 이를 위해 이미 올해 1억5천만원의 예산을 인천시에 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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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에서 마을 중심지까지 1㎞ 남짓 떨어진 사월마을은 매립지 수송도로와 맞닿아 있어 연중 날림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가장 큰 오염원인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환경영향조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월마을 민관합동조사협의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사월마을에 유입되는 유해물질의 가장 큰 오염원인 수도권매립지가 마을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는데, 조사에서 빠져 있다. 이번 평가는 결국 수도권매립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이번 조사는 마을 환경이 주민건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 것”이라며 “오염 배출원별로 측정한 것은 아니다. 오염원별 조사는 오히려 조사 목적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