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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40년 정책을 뒤집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지지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9.11.19 10:55
  • 수정 2019.11.19 10:57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delivers a statement on the Trump administration's position on Israeli settlements in the occupied West Bank during a news briefing at the State Department in Washington, U.S., November 18, 2019. REUTERS/Yara Nardi
U.S. Secretary of State Mike Pompeo delivers a statement on the Trump administration's position on Israeli settlements in the occupied West Bank during a news briefing at the State Department in Washington, U.S., November 18, 2019. REUTERS/Yara Nardi ⓒYara Nardi / Reuters

워싱턴 (로이터) - 미국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사실상 지지했다. 이 문제에 대해 40여년 동안 이어져왔던 미국의 정책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 발표는 올해 두 차례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를 결정짓지 못해 연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승리인 반면 팔레스타인 인들에게는 패배다.

또 이는 평화 계획을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려던 트럼프의 시도에도 새로운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넘게 작업중인 이 계획은 발표도 되기 전에 회의론이 제기되어 왔다.

폼페이오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정착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이것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반면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착촌이 본질적으로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이스라엘 민간 정착촌 조성 그 자체는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폼페이오가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카터 정부 시절인 1978년 미국 정부가 채택했던 공식 법적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Palestinian demonstrators run away from tear gas fired by Israeli forces during an anti-Israel protest near the Jewish settlement of Beit El in the Israeli-occupied West Bank, November 16, 2019. REUTERS/Mohamad Torokman
Palestinian demonstrators run away from tear gas fired by Israeli forces during an anti-Israel protest near the Jewish settlement of Beit El in the Israeli-occupied West Bank, November 16, 2019. REUTERS/Mohamad Torokman ⓒMohamad Torokman / Reuters

 

네타냐후는 폼페이오의 발표를 추켜세우며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밝힌 반면 팔레스타인 측 협상가 사에브 에레카트는 미국이 ”국제법을 ‘정글의 법칙’으로 갈아치울” 것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했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이같은 입장이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1949년 체결된 제4차 제네바협약(Protection of Civilian Persons in Time of War)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에 따라 점령 영토로 시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의 대변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미국에게는 국제사회의 정당한 결의안들을 무효화 할 자격도, 그럴 권한도 없으며 이스라엘 정착촌에 그 어떠한 정당성도 부여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같은 입장이 물리적 충돌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미국 정부 시설이나 민간 시설, 미국 시민들을 ”겨냥할 수 있다”며 이 지역의 미국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

요르단 외무장관 아이만 사파디는 이같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평화 협상 재개 가능성에 있어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착촌은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폼페이오는 이같은 움직임이 서안지구의 지위를 속단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훗날 분쟁이 해결돼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질 때 서안지구가 자국 영토에 편입될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폼페이오는 ”이건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협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특정한 결과를 강요하는 것도, 분쟁 해결 협상에 있어서 법적 장애물을 만드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는 정착존이 본질적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레이건 정부의 시각을 트럼프 정부가 수용한 것이라면서도 정착촌이 경솔하며 평화에 방해가 된다는 레이건의 인식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트럼프 정부의 다른 많은 친(親)이스라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정착촌에 관한 이번 발표는 트럼프의 2020년 재선 시도에 있어서 핵심 지지기반인 미국 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다.

발표 타이밍 역시 이번 결정이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국내 정치적 라이벌 베니 간츠의 도전을 저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백악관이 판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선거 이후 정부 구성에 나선 간츠는 협상 마감 시한을 이틀 남겨둔 상태다.

A general view shows the Jewish settlement of Kiryat Arba in Hebron, in the occupied West Bank September 11, 2018. Picture taken September 11, 2018. REUTERS/Mussa Qawasma
A general view shows the Jewish settlement of Kiryat Arba in Hebron, in the occupied West Bank September 11, 2018. Picture taken September 11, 2018. REUTERS/Mussa Qawasma ⓒMussa Qawasma / Reuters

 

전문가들은 70여년에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하는 단체 ‘피스나우’의 하지 오프란은 ”그가 밤을 두고 낮이라고 선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촌들이 국제법상 불법일뿐만 아니라 평화와 이 지역의 안정에도 거대한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 및 아랍 국가들 대신 이스라엘의 편을 든 세 번째 주요 사례다.

2017년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2018년에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을 열었다. 미국은 그 전까지 분쟁 당사자들에 따라 예루살렘의 지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정책을 취했었다.

또 트럼프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이 1981년 시리아로부터 병합했던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면서 네타냐후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리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월요일 현재까지 그 어떤 국가도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철회함으로써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권력 유지를 노리는 네타냐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을 수 있다. 올해 두 번 치러진 총선에서 결정적인 승리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네타냐후와 야당의 간츠는 모두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어왔다.

미국 측 평화 협상에 특사로 참여했던 마틴 인디크는 트럼프 정부의 이번 결정이 ”전적으로 불필요한 움직임”이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왜 팔레스타인인들을 또 모욕하는가? 간츠가 막 정부를 구성하려고 있는 차에 왜 (네타냐후의) 정착촌/병합 운동에 힘을 실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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