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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세계 최초 '버자이너 뮤지엄'이 생겼다 (다녀온 후기와 사진들)

"아래로 거울 넣어보기"보다 자세하게 알려준다

  • Rachel Moss
  • 입력 2019.11.18 17:54
  • 수정 2019.11.18 17:55
뮤지엄에 전시된 '글램폰'(The Glampon) 앞의 모스 기자
뮤지엄에 전시된 '글램폰'(The Glampon) 앞의 모스 기자 ⓒHuffPost UK/Rachel Moss

구석에는 반짝이는 탐폰이 놓여있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외음순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여성 성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건물, 버자이너 뮤지엄(Vagina Museum)에 와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는 버자이너(여성 성기)를 가지고 있지만, 버자이너에 대한 비밀스러움과 미신이 너무나 많다. 버자이너 뮤지엄의 플로렌스 셱터 관장은 이를 타파해보자고 마음 먹은 인물이다.

뮤지엄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난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에서 1000명 이상에게서 5만 파운드에 가까운 액수를 지원 받았다. 허프포스트 UK는 11월 16일 공식 오픈일 전에 뮤지엄에 미리 들어가볼 수 있었다.

ⓒRACHEL MOSS

버자이너 뮤지엄은 공식 오픈 전에도 팝업 형태로 운영된 적이 있다. 다만 붙박이 장소를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은 큰 예산을 쏟아부은 비현실적인 꿈의 놀이공원은 아니다. 버자이너 모양의 에스컬레이터 같은 걸 기대했다간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절반은 숍이고 절반은 전시 공간인 이곳에서는 버자이너에 대한 여러 팩트를 접할 수 있다. 재미있는 굿즈도 많다.

첫 전시인 ‘머프 버스터스: 버자이너에 대한 잘못된 믿음들, 그에 맞서 싸우는 법’(*muff는 여성 성기 또는 음모를 가리키는 속어)도 매우 교육적이었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이렇다.

 

1. 우리의 몸은 매우 복잡하다

ⓒRACHEL MOSS

바디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73%는 음문이 무엇인지 모른다. 버자이너 뮤지엄은 십대 때 받은 성교육 이후 새로 얻지 못한 정보들을 준다.

여성의 건강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나의 본업이다 보니 나는 나름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도표에 그려진 클리토리스 그림을 본 후, 그 복잡함에 놀랐다. 당신은 해면체가 어디 있는지 아는가? 질전정구는?

ⓒRACHEL MOSS

주요 부위가 각각 표시된 투명한 플라스틱 판을 여러 개 배치해둔 흥미로운 디스플레이도 있다. 여성 관객이 디스플레이를 투시해서 보며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다.

“질 아래로 거울을 넣어서 보라”는 조언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알게 되는 것보다는 의문점만 더 많이 생기지 않았던가? 뮤지엄의 잘 만든 전시물은 해부학적인 질문을 해결해준다.

 

2. 여성 성기를 주제로 얼마든지 많은 굿즈를 만들 수 있다

ⓒRACHEL MOSS

주얼리부터 기타 피크, 티셔츠, ‘메리 머프마스’ 크리스마스 카드까지, 박물관에는 나로선 이제까지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버자이너와 음문 테마 제품들이 가득했다.

버자이너를 과감하게 달고 다니고 싶다면 음문이 새겨진 티셔츠를 살 수 있다. 라운지에 음순을 두고 싶었다면 ‘이달의 아티스트’의 작품을 사면 된다.

페미니즘 책들도 많다. 여성할례 반대 운동가 님코 알리의 ‘우리보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던 것들’(What We’re Not Told To Talk About), 이브 엔슬러가 1996년에 낸 고전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 다양하다.

크기가 작은 기념품으로는 브랜드가 붙은 연필 등도 있다. 뮤지엄의 위치가 캠든인 것을 생각하면 월세가 보통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프레스 투어에 참가한 한 관람객이 뜨개질로 만든 음문 귀걸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레스 투어에 참가한 한 관람객이 뜨개질로 만든 음문 귀걸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ISABEL INFANTES via Getty Images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북마크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북마크  ⓒISABEL INFANTES via Getty Images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여성기를 그린 기타 피크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여성기를 그린 기타 피크  ⓒISABEL INFANTES via Getty Images

3. 여성이 아니라도 버자이너를 가질 수 있다

이건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일깨움에 가까운데, 버자이너가 있어야 여성인 것은 아니며 버자이너가 있는 사람이 전부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박물관은 트랜스, 논바이너리, 간성을 자랑스럽게 포용한다. 첫 전시는 생물학적 성은 젠더와 다르다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내 곳곳에 배치된 정보 안내판은 신선한 중립적 용어를 쓰고 있다. ‘생리를 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생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는 식이다.

 

4. 반짝이가 ‘반(反) 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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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과감하면서도 놀라운 전시물은 아마도 ‘글램폰’(Glampon)을 중심으로 한 ‘생리 사랑 조각’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생리혈을 파란 액체와 반짝이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일었고, 바디폼 등의 브랜드는 오명을 없애기 위해 실제 생리혈을 사용하여 찬사를 받았다. 페미니스트에게 힘을 주는 공간에 이 디스플레이를 전시하자는 건 뻔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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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크리드 큐레이터는 이 박물관이 하려는 일의 핵심에는 ‘재미’가 있으며, 버자이너와 생리를 찬미의 대상으로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한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생리란 생리를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럽거나 유독한 게 아니다, 뭔가 잘못됐거나 몸이 안 좋아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란 걸 이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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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처녀성은 사회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여름,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는 인스타그램에 ‘처녀성은 사회에서 만들어낸 것이다’라는 말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 말을 쓴 게 사이러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박물관은 그 실제 의미를 분석한 디스플레이를 두고 있다.

“개인이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을 때 신체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학적, 생물학적 변화는 없다. 처녀성이라는 개념은 과학이 아닌 사회가 부추긴 것이라는 의미다.” 이 디스플레이의 문구다.

이 개념의 핵심은 처녀막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처녀막이 처녀성의 정확한 표시라는 잘못된 믿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랩퍼 티아이의 사례를 볼 때 시의적절한 주제다.

 

6. 콜라로 피임할 수는 없다

나는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당신도 알고 있었길 바란다. 피임에 대한 사회사를 담은 디스플레이는 놀라웠다.

피임 수단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1950~60년대의 미국 여성들은 황당한 ‘가정 치료’ 방법들을 고안했던 모양이다. 코카 콜라로 피임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했다고 한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은 병을 흔든 다음 질 안에 콜라를 쏘아 넣었다고 한다. 콜라가 살정제 기능을 할 거라 믿었다는데,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고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 금속의 녹을 코카 콜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걸 버자이너 속에 넣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생각해 보라.” 크리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버자이너에 대한 역사적 황당한 믿음들과 황당한 제품들에 초점을 맞출 전시들을 열 계획이다. 멍청한 문화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걸 고려하면, 그들에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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