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춘재가 '화성 8차 사건' 윤씨 재심 법정에 증인 출석 의사를 밝혔다

‘화성 8차 사건’ 윤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했다.

  • 이진우
  • 입력 2019.11.14 15:42
  • 수정 2019.11.14 15:43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서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와 이주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서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와 이주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가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복역한 윤모씨가 13일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이 재심을 결정하게 되면 재판은 1심부터 다시 시작된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종료될 가능성이 높으며, 무죄가 확정되면 윤씨는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다만 재심이 개시돼 정식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앞서 재심 청구 사례를 보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재심 결정이 확정되기까지 2년9개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은 1년 4개월이 걸렸다. 재심 개시 결정은 사실상 과거 판결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니만큼 신중하고 엄격한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윤씨 측은 경찰·검찰·법원의 진실 규명 의지가 강할 것이라면서 1년 이내에 재심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긍정적일 영향을 미치는 소식도 전해졌다. 윤씨 측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춘재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는데, 이와 관련해 이춘재가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서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씨 측 변호인은 ”이춘재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이 청구됐고,자신이 증인으로 신청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춘재는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한 윤씨가 재심청구를 하며 직접 작성한 글. 고마운 이들에 대한 감사인사가 열겨돼 있다. 나호견 원장과 박종덕 교도관의 이름이 첫번째와 두번째로 등장한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한 윤씨가 재심청구를 하며 직접 작성한 글. 고마운 이들에 대한 감사인사가 열겨돼 있다. 나호견 원장과 박종덕 교도관의 이름이 첫번째와 두번째로 등장한다.

아시아경제의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은 윤씨의 재심 청구와 관련해 ”시간은 걸리겠지만 윤씨가 100% 무죄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1988년 경주교도소 담당수녀를 맡았던 것을 계기로 30년 넘게 재소자와 출소자의 자립을 돕고 있다. 2004년 환속한 후 뷰디플라이프를 설립해 일을 이어갔다. 나 원장이 윤씨를 처음 만난 건 2007년이다. 2009년 가석방 된 윤씨는 나 원장이 운영하는 교화복지시설에서 3년 가량 지냈다. 이후에도 윤씨와 연락하며 지낸다. 

나 원장은 윤씨가 재심청구를 하면서 직접 작성한 글에서 윤씨는 감사한 이들을 열거했는데 그 중 첫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윤씨는 글에서 ”교도소를 나왔는데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었)습니다. 뷰티플라이프 나호견 원장님이 저를 잘 돌보아주셨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때 나 원장에게 윤씨의 거처를 부탁한 이가 바로 박종덕 교도관이다. 이춘재의 8차 사건 관련 범행을 자백한 후 윤씨가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게 되자, 박 교도관이 윤씨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나 원장은 윤씨가 가석방된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 말했다. 윤씨가 청주교도소 제소자 시절에도 무죄를 주장했지만, 처음에는 윤씨의 말을 믿지 못헀다는 나 원장. 나 원장은 윤씨가 무죄일 것이라는 생각은 언제 했냐는 질문에 “2009년 8월14일 처음 이 곳에 와서 하는 말이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살인자라고 하는데 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원장님 한분이라도 저를 믿어주시면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며 ”후에 6개월 동안 매일매일 성실하게 지내고 자신이 뱉은 말은 항상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죄라는 사실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원장은 ”우리 복지회 규칙이 까다로운데 3년 동안 모든 규칙을 다 지켰다. 술을 마시거나 결근을 하면 안되고 월급 중 100만원은 항상 저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장생활을 하다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이 오면 회식자리가 있는데 술을 안마시거나 예의상 한 잔만 마셨다. 11시 통금시간도 항상 지켰고 주변인과 물의를 일으킨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직장은 8년 동안 잘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억울한 30년의 삶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초지일관으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이춘재의 자백 직후 윤씨가 왜 두려워했는지에 대해서도 나 원장의 말을 통해 확인이 가능했다. 나 원장은 ”갑자기 윤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곤 8차 사건 윤씨가 바로 자신이라고 하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그러나 ”(윤씨가) 집에 기자들이 깔려 집에 못들어가니 지금 모텔로 도망가고 있다고 했다”면서 ”직장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돼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2주간 휴가를 주며 걱정 말고 일보고 오라는 소리를 듣고 엄청 좋아했다”고 전했다. 

나 원장은 윤씨가 재심청구를 하면서 나 원장에게 했던 말을 전했다. ‘이제 아무 걱정이 없다. 본인이 죽어서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었는데 내가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됐으니 이제는 한이 없다.’ 그러면서 ”윤씨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고, 이제는 아무 걱정 말고 행복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윤씨 #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