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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심층 보도한 축구명문 언남고등학교 정종선 감독의 갑질·학부모 성폭행 의혹

학부모들은 정종선을 ‘교주’처럼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MBC ‘PD수첩’축구팀 운영비 횡령과 학부모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언남고등학교 축구부 감독 정종선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언남고등학교 축구부는 매년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한 명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정종선은 언남고 축구부가 창단했던 때부터 감독으로 부임해 왔으며, 한국고교축구연맹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학부모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뉴스1

회비

경찰은 지난 2월, 정종선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축구팀 운영비를 10억원 가량 횡령한 혐의였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경찰은 수사 범위를 정종선에 대한 학부모 상습 성폭행 혐의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12일 방송된 ‘PD수첩’에서 제작진들은 실제 정종선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학부모들을 만났다. 정종선의 실체를 고발했다가 아들의 축구 인생에 지장이 생기거나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 진술을 꺼렸던 학부모들은 지난 9월 4일, 정종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정종선은 간식비, 김장비, 졸업생 반지 값 등 각종 명목으로 회비를 걷어들였다. 이렇게 든 회비만 인당 연간 약 1억원이었다. 이밖에 정종선은 학부모들을 ‘천도제’에 동원하거나, 자신의 새 숙소를 만들게 시키기도 했다.

또 지방 훈련을 할 때면 학부모들은 돌아가며 정종선의 숙소를 청소하고 각종 수발을 들어야 했는데, 술상에는 꼭 국산 재료만을 사용해야 했다. 한 학부모는 ”한 마리에 200만원 하는 홍어가 술상에 오른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성폭행

일부 학부모들은 정종선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축구부 식사 당번이었다던 학부모 A씨는 ”‘커피를 가지고 오라‘는 말에 정종선에게 갔다가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밀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뒤, 정종선이 ‘선배 학부모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해 학교로 갔더니 차 조수석에 타라고 했다. 그리고 내 목을 눌려 기절시켰다”라며 ”그 상태에서 당했다”고 주장했다.

ⓒMBC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아이들의 숙소가 바로 옆에 있는데 저를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B씨는 성폭행의 고통보다 아들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정종선이 술자리에서 저를 무릎에 앉히고 만졌다”고 밝혔다. 이밖에 십여년 전부터 유사한 방식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도 있었다.

학부모들이 이를 고발할 수 없었던 건, 정종선이 자식들의 출전권을 쥐고 있는 감독인 동시에 축구계에 수많은 인맥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종선은 학부모에 대한 불만이 생기면 해당 학생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고,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 등 축구계의 거물 인사들과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맥을 과시했다.

‘전학을 보내겠다‘거나 ‘신고하겠다‘는 학부모들에게는 ”아들을 매장시키고, 축구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부모들은 정종선을 ‘교주’처럼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입장

‘PD수첩’은 정종선을 찾았다. 정종선은 ”어떤 몇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이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성폭행은 유령을 앞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이 ”수사 중이지 않느냐”고 묻자 정종선은 ”경찰 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으면 벌써 구속이 됐어야 하는 것”이라며 ”요즘 세상에 성폭행을 했으면 어떻게 이렇게 인터뷰를 하냐. 기자도 지금 누구 사주 받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월,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정종선에게 징계 최고 수위인 ‘제명’을 결정했다. 이후 정종선은 재심을 요청했으나,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방송이 전파를 탄 12일 징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영구제명 처분을 확정했다. 정종선은 이에 따라 축구계에서 영원히 퇴출됐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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