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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0.002초만에 음파로 노면 소음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어팟이 사용하는 기술과 근본은 비슷

‘GV80’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개념도.
‘GV80’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개념도. ⓒ현대차그룹 제공

차량 주행 때 타이어의 지면 마찰로 생기는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새 기술을 적용하면 노면소음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어 차량의 정숙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11일 주행 중 들려오는 거친 소음을 막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 기술은 오는 28일 출시될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실용차(SUV) ‘GV80’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제네시스 신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에서 올라오는 소음, 차가 주행할 때 공기의 저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풍절음,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노면소음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것은 노면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원리는 반응이 빠른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노면에서 차로 전달되는 진동을 계측하고 제어 컴퓨터가 소음의 유형과 크기를 분석한 뒤 상쇄 음파로 소음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소리보다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 1초에 340m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면소음이 탑승객에게 닿기까지 0.009초가 걸리는데 신기술은 진동과 소음을 파악해 제어음을 만드는 데 0.00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소음 분석부터 상쇄 음파를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음속보다 빠른 제어를 통해 탑승객이 노면소음을 듣기 전에 이를 상쇄시키는 게 핵심 기술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연구팀이 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6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선행개발 단계에서 카이스트 등과 산학협력을 했고 양산 단계에서 차량 오디오 전문업체인 하만과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핵심 요소기술인 센서 위치와 신호 선정 방법은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 출원했다.

이 기술은 한계에 다다른 소음저감 기술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데 적잖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제조사들은 차량 소음을 줄이기 위해 무언가를 덧붙이는 방식을 써왔다. 엔진소음을 막기 위해 후드 안쪽, 엔진룸과 실내 사이의 격벽에 흡음재와 방음재를 더하는 것이다.

시중에는 타이어에 부착하는 흡음재도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수동적 소음 차단은 차량 무게를 늘려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떨어뜨린다. 신기술은 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소음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량화도 이뤄냈다. 가속도 센서, 제어기, 마이크로 구성된 소음제어 시스템의 무게는 1㎏에 불과하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약 3데시벨(dB)의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데, 수동적 방식으로는 적어도 2~3㎏이 더 든다고 한다.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 노면소음과 풍절음은 차의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동력계통(파워트레인)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면소음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강덕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연구위원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차원 높은 차량 정숙성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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