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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1일 16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18일 17시 57분 KST

[마이너리그] 기계체조 선수 강주원이 말하는 '성장통'에 대해

허프포스트 스포츠 다큐 시리즈 '마이너리그' 두 번째 에피소드 : 기계체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근육.

오전 10시, 선수들은 한 겹의 티셔츠조차 답답한 듯 윗옷을 벗은 채 연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인간병기와도 같은 이 근육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체육관에 놓인 거대하고도 차가운 기구들은 처음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은 능숙한 조련사처럼 자유자재로 기구들을 제압해 보인다. 이 기구 앞에 서는 선수들은 무슨 마음일까? 숙명으로 받아들일까? 

허프포스트는 ‘스튜디오 허프‘의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 ‘마이너리그’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수구선수 이성규를 만난 데 이어 이번에는 기계체조의 강주원 선수(강원도청)를 만났다. 

그는 10살에 기계체조를 시작했고,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다. 그는 운동이 하기 싫어서 부모님과 ”엄청 싸웠”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운동이 아닌 다른 미래라는 ”모험”을 조금 두려워하게 됐다.

″저희는 고립돼 있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사회생활도 많이 안 하고 맨날 체육관 왔다갔다 하고 이런 게 거의 전부니까. 그래서 더 무섭고.”

카메라에 담긴 그의 눈빛은 종종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텅 빈 체육관을 울렸다. 허프포스트는 담담히 그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HUFFPOST KOREA/HANGANG KIM
강주원 선수

 

처음 운동을 언제 시작하셨어요?

=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3학년 딱 시작해서 약간 놀다시피 체육관 놀러 가서 형들 하는 거 보고 옆에서 따라 하고 그런 식으로 재미 붙이는 식으로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10살 때부터 시작하신 건데, 체조를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나요?

= 4, 5학년 때가 진짜 하기 싫었던 거 같아요.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하고 점점 멀어지고 애들이 방학 때 놀자고 해도 저는 아침부터 나가서 운동해야 되고. 

생각나는 일화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해요.

= 일화요? 한 번은 제가 집에 있는데 체육관을 안 나가고 집에 있는데 코치 선생님이 찾아오셔서 데리고 가시려고 했어요. 저는 막 안 간다고 문 잡고 버티고 울고 그랬던 거. 소리 지르고. 

운동의 기준이 다를 것 같아요. 일반인들하고는.

= 그렇죠. 등교하면 수업 다 끝나고 오후 2시 반부터 몸을 풀어요. 그리고 체조를 하죠. 일찍 끝나면 어릴 때는 오후 7시 이랬어요. 늦게 끝나면 10시 11시에도 끝나고

많이 다치진 않아요?

=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좀 많이 다쳤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정강이가 부러졌어요. 두 동강이 났어요. 초등학교 때. 그래서 입원한 적 있고 중학교 때는 뒤꿈치가 깨져서 또 수술하고. 정강이뼈 반대편이랑 발가락 이런 데 한번 부러지고 이랬었어요. 

나이 들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가늠이 안 되네요.

= 더 나이 들고 그러면요? 아프죠. 지금도 아파요. 그냥 뭐 관절 마디마디. 그리고 비 오기 전날 아프고.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괜찮은데 비시즌이나 쉬어서 근육이 좀 빠지면 확 아픈 게 느껴져요. 관절마다. 시리기도 하고 욱신욱신하기도 하고. 근육이 못 잡아주면 더 아픈 것 같아요. 

HUFFPOST KOREA/HANGANG KIM
강주원 선수

 

체조 때문에 서러운 적은 없었나요.

= 집에 힘들다고 하면 그냥 해라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힘들죠). 

그럼 부모님하고 싸운 적도 있었겠네요?

= 엄청 싸웠죠. “안 하겠다”하면 엄마, 아빠는 “해라” 그렇게 시작을 해서 그럼 “학교를 그만두겠다” 이런 식으로 하고. 그러다가 소리도 높아지고 그랬었어요. 엄청 많이 싸웠어요.

가족은 어떻게 되세요.

= 동생 둘 있어요. 둘째가 여동생, 남동생이 막내. 

혹시 동생들도 운동을 하나요?

= 안 해요. 그래서 (반항을)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왜 저만 하느냐 하면서 싸웠던 거죠. 뭔가 엄청 부럽거나 이런 건 없었는데 그냥 나도 저렇게 평범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이런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 

운동 말고 다른 미래도 그려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좀 모험이니까 두렵더라고요.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안되면 어떡하지. 그래도 이걸 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텐데’ 이런 생각 많이 했었어요.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우리는 스포츠 하는 사람들은 항상 도전한다고 생각했는데 본인 인생에서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은 두려워하는 게.

= 그렇죠. 다른 계열은 그래도 사회랑 많이 부딪히잖아요. 근데 저희는 고립돼 있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사회생활도 많이 안 하고 맨날 체육관 왔다갔다 하고 이런 게 거의 전부니까. 그래서 더 무섭고. 

운동적으로 보면 항상 도전은 하는 것 같아요. 항상 새로운 거 하려고 하고 더 높은 난이도 더 높은 점수 받으려고 하고 그건 맞는데. 그냥 생활 자체에서는 도전하긴 좀 그렇죠. 그 도전이라 게 무모하니까.

HUFFPOST KOREA/SUJONG LEE
강주원 선수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 좋아하는 거요?

운동 말고.

= 저 자는 거 좋아해요. 자고 음악 듣고. 

그럼 다른 질문해볼게요. 작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셨잖아요. 메달을 딴다는 게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메달. 그거 하나 보고하는 거 같아요. 그게 막 진짜 그거 못 따면 아무것도 아니고 이런 건 아닌데. 그래도 그걸 위해서 하는 거니까. 보상 같은 느낌, 인정받는.

그럼 전국체전 이후에는 어떻게 보내나요?

= 전국체전 이후에요? 일단 좀 휴식 기간이 좀 있고요. 그 열 달 동안 준비해서 나간 거니까. 정말 힘들게 준비해서 나가니까 조금 휴식기가 있긴 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내년을 위해서 준비해야죠. 

전국체전은 보통 몇 살까지 준비해요?

= 크게 막 몇 살까지 이런 건 없는데 그래도 남자는 서른 넘어서도 하는 분은 계세요. 대부분 한 서른 초반?

지금 몇 살이시죠?

= 내년에 스물여덟이에요. 

서른 초반까지 준비한다면 앞으로 5년은 더 전국체전을 매년 준비한다는 건데. 버겁지 않으세요?

= 네. 가끔 좀 한숨 나오죠. 계속 반복적이다 보니까. 지치고. 전국체전까지 끌어올리잖아요. 이걸 다시 올리는 게 힘들더라고요.

HUFFPOST KR/SUJONG LEE
강주원 선수

스포츠 다큐 시리즈: 마이너리그

허프포스트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허프’가 스포츠 다큐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운동선수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더 많은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김한강 에디터: hangang.kim@huffpost.kr

사진=이수종 에디터: sujong.lee@huffpost.kr

김한강 에디터: hangang.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