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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0일 14시 12분 KST

여성과 남성의 정년이 14년이나 차이 나자 대법원이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이 근거를 대지 않으면 양성평등 위반이다

여성들이 대다수인 직군의 정년을 남성이 대다수인 직군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국정원 규정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한겨레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정원 계약직 직원으로 일한 이모씨(54)와 김모씨(54)가 국가를 상대로 ‘국정원 소속 국가공무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원고 측은 1986년부터 국가정보원에서 출판물을 편집하는 일을 했고 1993년부터는 신설된 ‘전산사식 직렬’에 소속돼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원고 측이 소속된 곳을 포함한 6곳 직렬을 폐지했다. 직렬폐지를 이유로 이들은 퇴사했다가 같은 해 5월 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돼 일을 했다. 이들은 매년 계약갱신을 하면서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살보다 2년 더 근무했고 계약기간 종료로 최종 퇴직했다.

이들의 계약종료 근거가 된 것은 국정원의 ‘계약직 직원 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직원 근무상한연령을 분야별로 나눴는데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은 만 43살,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건축물 유지 보수), 원예 직렬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은 만 57살이었다. 여성이 종사하는 직렬의 상한연령이 남성 직렬보다 14년이나 적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2012년, 이 규정이 양성평등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 등이 퇴직한 근거가 된 근무상한연령 규정에 대해 ”직렬별 각 해당 직무기능과 특성에 기초해 구별해 설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양성평등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성차별 여부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대신 이들이 상한연령을 2년 더 초과해 근무했기 때문에 계약직공무원으로서 기간 만료에 의해 퇴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원심판결들이 위법한 판단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직렬 폐지 당시 A씨 등이 속했던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원예 등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었다”며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이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 온 다른 분야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당연히 무효”라고 말했다.

이로써 파기환송심을 담당할 법원은 국정원 계약직 규정이 남성직군과 여성직군의 차이를 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만약 근거를 확인하지 못하면 이 규정은 무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