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빌 게이츠는 엘리자베스 워렌의 '초부유세' 공약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워렌의 공약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그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허완
  • 입력 2019.11.08 18:35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Andrew Ross Sorkin, Editor at Large, Columnist and Founder, DealBook, The New York Times speaks with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Andrew Ross Sorkin, Editor at Large, Columnist and Founder, DealBook, The New York Times speaks with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Michael Cohen via Getty Images

빌 게이츠는 ‘초부유세’ 구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대의 기부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인물인 그는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패널토론에 임했다.

칼럼니스트 앤드류 솔킨은 빌 게이츠와 마주앉자마자 ”미국 자본주의의 상태”와 현재의 정치 상황, 그리고 ”부유세(wealth tax)”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그동안 실제로는 부유세를 지지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상속세를 올려야 한다고 했었죠.” 게이츠가 답했다. 그는 정부가 부자들에게 ‘훨씬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speaks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speaks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Michael Cohen via Getty Images

 

그러자 솔킨은 에두르지 않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민주당 대선주자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의 ‘초부유세’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

워렌의 이 공약은 일정 기준을 넘는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을 대상으로 모든 종류의 자산(예금, 부동산, 보험자산, 연금, 주식 등)에 매년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1달러당 2센트꼴(2%)로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것.

소득이 아니라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이 구상은 다양한 논쟁을 촉발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게이츠는 질문에 곧바로 답하는 대신 길고도 긴 답변을 내놨다.

그는 우선 기업과 개인, 상속 재산과 금융소득 등에 대한 각종 세금을 어떻게 거둘 것인지를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이렇게 폭넓게” 다양한 의견이 나왔던 적이 없었다는 일종의 ‘관전평’을 밝혔고, 자신이 ”대단히 진보적인(super progressive) 조세 제도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그에 앞서 기업과 개인들이 손쉽게 그런 제도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들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Andrew Ross Sorkin, Editor at Large, Columnist and Founder, DealBook, The New York Times speaks with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Andrew Ross Sorkin, Editor at Large, Columnist and Founder, DealBook, The New York Times speaks with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Michael Cohen via Getty Images

 

″(조세 제도에 관해) 저의 관점에서보다 더 나아간 후보들이 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이츠가 말했다. 물론 그게 꼭 지지나 찬성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세금을 너무 많이 매기면 자본 형성과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가 기존 체계의 주요 수혜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제가 매우 편향됐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게이츠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저는 누군가 절충적인 접근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이츠는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것처럼” 거대한 자산을 모은 이들이 ‘돈으로 돈을 번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거대한 자산은 ”특히 테크 산업에서 매우 견고한 지위를 이뤄낸 기업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축적됐다는 것. 말하자면, 그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게 얼마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애써 우회적으로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게이츠는 아무래도 조금 더 ‘개인적인’ 사례를 언급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는 세금으로 100억달러(약 11조5600억원) 넘게 냈습니다. 그 누구보다 많은 세금을 냈죠.” 그가 운을 뗐다.

″그러나 저는 기꺼이... 제가 200억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대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10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 글쎄요. 그 때는 (재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약간의 산수를 좀 해봐야겠죠.” 게이츠가 미소를 띄며 말했고, 청중들의 웃음이 터졌다. ”죄송해요. 농담입니다.”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speaks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NEW YORK, NEW YORK - NOVEMBER 06: Bill Gates, Co-Chair,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speaks onstage at 2019 New York Times Dealbook on November 06, 2019 in New York City. (Photo by Michael Cohen/Getty Images for The New York Times) ⓒMichael Cohen via Getty Images

 

솔킨의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워렌과 직접 만나 이런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눌 생각이 있느냐는 것.

″그가 얼마나 속이 트여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이츠가 답했다. ”그가 많은 돈을 가진 누군가와 마주 앉을 의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러자 워렌은 트윗에 @BillGates를 태그해 답장을 보냈다.

저는 사람들과 만나는 걸 항상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요. @BillGates,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저는 당신이 저의 부유세 (구상)에 따라 얼마를 내게 될지 설명해드리고 싶네요. (1000억달러는 아니라고 약속드립니다.)  

워렌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초부유세 계산기’에 2019년 기준 게이츠의 총자산(1063억달러, 약 123조3000억원)을 넣으면 ”와우, 정말 돈이 많으시네요!”라는 문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안내가 뜬다.

Elizabeth Warren
Elizabeth Warren ⓒelizabethwarren.com

당신의 재산은 미국 상위 0.0002%에 해당합니다. 

이제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성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그 중 일부를 돌려줄 수 있게 됩니다.

엘리자베스 (워렌)의 부유세 계획에 따라 당신은 내년에 63억3700만달러(약 7조3350억원)을 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아마 느끼지도 못할 이 금액은 출생시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교육에 대한 투자,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의 재정 마련에 쓰일 것입니다.

불평등 해소, 공립대 무상등록금 도입 및 학자금대출 탕감, 초부유세 도입, 거대 테크 기업 해체, 전국민 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워렌에 대해 몇몇 자산가들은 공개적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 성향 정·재계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도 워렌의 구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는 금융계가 떨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도파 민주당 지지자들이 베팅을 걸었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기대 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워렌의 공약에 대한 갑론을박이 늘어나고 워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그만큼 그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싶지 않아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억만장자들에게 방송 시간이 너무 많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워렌이 9일 트위터에 적었다. ”그 대신에 #2센트부유세가 중산층과 노동계층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얘기합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2020 미국 대선 #엘리자베스 워렌 #빌 게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