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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 북한 어민 살인 사건에 얽힌 의문점과 논란들

정부가 북한 주민을 다시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통일부가 ”지난 11월 2일 동해 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11월 7일 오늘 15시 10분경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북한 주민을 판문점을 통해 다시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강제 추방

7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송한 북한 주민 2명이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뉴스1

이 대변인은 “11월 5일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를 통하여 북측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전달하였으며, 북측이 11월 6일 인수 의사를 확인해 왔다”라며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정부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관계기관 합동조사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장을 포함해 19명이 탄 17t 규모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북한 김책항을 출발했다. 두 달이 지난 10월,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선원 3명은 공모 끝에 선장을 살해했다. 이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취침 중이던 동료 선원 15명을 근무 교대 명목으로 깨운 뒤 한두 명씩 모두 죽였다.

이들은 범행 후 김책항으로 다시 돌아갔으나,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1명이 검거됐다. 나머지 2명은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도주해 근방을 떠돌았으며, 한국 해군은 이틀간의 단속 끝에 이들을 나포했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정부는 이들을 추방했다. 상기에서 설명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며,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의문점

이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우선 이 사건은 정부의 공개 브리핑이 아닌, 일부 언론사의 사진 기사를 통해 외부에 우연히 공개됐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정보장회의(NSC) 관계자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취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해당 문자 메시지에는 ‘오늘 오후 3시에 판문점에서 북한 주민 2명을 북으로 송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메시지를 보낸 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었다.

ⓒ뉴스1

해당 문자에는 ‘북한 주민들은 11월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인원이며, 자해 위험이 있어 대한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이다. 국정원과 통일부 간 입장 정리가 안 돼 오전 중 추가 협의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야당은 사건이 벌어진 지 닷새가 지난 7일에서야 언론사의 사진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과 더불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3명이 16명을 제압해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 16명을 죽였다는 이들의 상태는 어떤지, 북한군 선박이 어째서 속도가 느린 오징어잡이 어선을 추격하지 못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추방 조치가 결정됐는지 등에 대한 것들이다.

 

논란과 해명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이들을 북한에 보낼 때까지 비밀리에 철저히 국민을 속인 일”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중대한 안보 사건을 속이려고 하다 우연히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북한 주민도 헌법상 한국 국민이고, 북한도 우리 관할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을 한국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왜 국방부 소속 군인이 송환 과정에 개입했고, 이걸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자로 보고한 것인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 ⓒ뉴스1

서울경제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북송 과정을 ‘깜깜이’로 진행한 것에 대해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가 없다. 유사한 매뉴얼과 여러 법령체계를 갖고 있으나 이 사안에 대해 적절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별도로 고려해 정부 부처가 합동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한국 국민인데 강제 북송했다’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낙연 총리가 답했다. 이 총리는 ”난민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제일 컸고, 조사를 하고 법적 처벌을 한다 했을 때 현실적으로 진실규명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소속 군인이 송환 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직보 금지 규정은 없어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비선 보고처럼 보여 좋은 모습이 아닌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8일,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일반적인 탈북민들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맞지 않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탈북민의 ‘강제북송’ 관련 우려는 탈북민의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키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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