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1월 07일 18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11월 07일 18시 11분 KST

과학자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인류의 막대한 고통’을 경고했다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라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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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mate change protestors hold their placards high.

153개국의 1만1000명 넘는 과학자들이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과감한 행동이 없다면 ‘인류는 막대한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새로운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에 의하면 기후위기는 ‘비상사태’ 수준에 도달했으며, 과학자들은 사회와 기업, 정부가 지금처럼 아무일 없다는 듯 ‘평상시대로’ 행동한다면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걷잡을 수 없는 기온 상승이 더욱 심한 온난화를 낳는 ‘온실 지구’를 피하기 위해서는 농업부터 교육까지 우리의 삶의 방식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촉구한다.

“단편적 해결책이 아니라, 사회가 기능하고 자연과 교류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오리건주립대학의 윌리엄 리플 산림학 교수가 허프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사 중 하나인 리플은 사회 정의를 고려하는 동시에 ‘전세계 인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방위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과학자들의 이같은 경고는 2016년 11월 4일부터 공식적 효력을 갖게 된 파리 기후협약 3주년 다음 날에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협약 탈퇴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다음 날이기도 하다.

시드니대학교, 오리건주립대학교, 케이프타운대학교, 터프츠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집필하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참여로 지원한 이번 연구는 바이오사이언스 저널에 실렸으며, 아주 직설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과학자들에게는 인류에게 재앙적 위협이 있다면 명확히 알리고 이를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 지구가 기후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고 명백하고도 단호하게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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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e from the power station.

 

2018년에 유엔 IPCC(정부간 기후 변화 협의체)가 낸 보고서에서도 재앙에 가까운 영향을 피하려면 전례 없는 수준의 조치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파리 기후협약에서 열망을 담아 세운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세계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12년(이제는 약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아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IPCC 보고서 발표 후 기후변화 대처는 더욱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영국, 포르투갈,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23개국 정부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책결정권자들이 기후의 영향이 이미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의미다. 화석연료 기업들에 대한 소송은 늘어나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주자들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싸움에 있어서 사회적 티핑 포인트에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이 이슈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하기를 바라는 리플의 말이다. “정부, 기업, 개인에게 이같은 대화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최근 여러 해 동안 폭염, 수해, 들불, 허리케인의 영향이 컸다. 과학계에서는 수십 년 동안 독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예상보다 더욱 가혹하다.” 리플 교수가 말했다. ”기후변화는 자연 생태계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전 세계 탄소 배출과 기온을 넘어서는 요인들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온 상승에만 집중하는 것은 “인류의 행동의 범위와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비롯되는 진짜 위험들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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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limate strike marches to the Alberta Legislature in Edmonton, Alberta, Canada October 18, 2019. REUTERS/Amber Bracken

 

에너지 소비, 탄소 배출, 지구 지표면 온도, 토지 사용 현황, 출생률, GDP 등 40년 이상에 달하는 분량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늦추기 위해 ‘인류가 즉시 행동해야 할’ 여섯 분야를 선정했다. 에너지, 수명이 짧은 오염 물질, 자연, 식량, 경제, 그리고 인구다.

화석 자원을 저탄소 재생가능에너지와 다른 청정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면 남아있는 모든 석유와 석탄, 가스를 채굴하지 말고 전부 땅 속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이번 보고서는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47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화석연료 보조금은 없어져야 하며, 탄소 가격도 올라가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 블랙카본, 수소불화탄소(에어컨에서 흔히 발견된다)처럼 수명이 짧은 오염 물질을 줄이면 이것들이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와는 달리 이런 온실가스들은 기후에 빠르지만 강력한 타격을 준다. 예를 들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더 강력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열을 붙잡아두는 능력은 더 강하며 대기 중에도 훨씬 더 오래 남는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기체들의 배출을 줄이면 앞으로 수십년 동안 단기 온난화 추세를 50% 이상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탄소를 붙잡아두고 저장하는 테크놀로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격리시키는 자연 시스템을 강화하는 역배출 역시 권장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식물성 플랑크톤, 산호초, 해초, 태양, 초원 등을 보호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산림 보호를 비롯해 숲 재생과 조림도 파리 협약에서 2030년까지 달성할 것을 요구하는 탄소배출 감소분의 3분의 1을 담당할 수 있다고 이번 보고서는 밝혔다.

과학자들은 채식을 더 많이 하고 육식을 줄이고, 땅을 최소한으로 가는(토양이 탄소를 더 많이 잡아둘 수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급격히’ 줄일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제안들의 바탕에 깔려있는 핵심은 탄소를 배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개발과 자원 추출이 인간의 행복과 환경 보호에 실제로 끼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리플 교수의 말이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세계가 GDP 성장에 가치를 두는 것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기본적 수요 및 불평등 해소를 우선시함으로써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과학자들은 세계 인구가 안정되어야 하며 ‘사회적으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채 천천히 줄어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계획을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완전한 젠더 평등’을 이루고, 초등 및 중등 교육을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할지에 대한 훨씬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할 때다.” 리플 교수가 말했다. ”이 논문에 서명한 과학자들은 정치인들과 대중들이 과학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하고 평등한 미래로 가는 걸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허프포스트US의 Scientists Declare A Climate Emergency, Warn Of ‘Untold Human Suffering’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