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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영아 포함 일가족 9명 살해' 사건 두고 마약 카르텔의 보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멕시코 경찰은 오인에 의한 우발적 사고라고 발표했다

  • 박수진
  • 입력 2019.11.06 14:41
  • 수정 2019.11.06 14:43
르배런 공동체 멤버들이 사고차량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르배런 공동체 멤버들이 사고차량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HERIKA MARTINEZ via Getty Images

영아가 포함된 미국인 일가 9명이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에 의해 몰살당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폭력 문제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마약 카르텔이 이들 미국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건은 지난 4일 저녁, 어린이 6명을 포함한 미국인 일가 9명이 미국 국경과 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와 소노라 주 사이의 도로에서 이동 중 벌어졌다.

로니타 밀러(30) 등 3명의 여성과 그들의 14명 자녀들은 이날 소노라 바비스페에서 3대의 차량에 나눠타고는 치와와 주 라모라로 향했다. 이들은 안전 문제로 집단으로 여정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바시스페에서 매복한 괴한들에 의해 난사당해 숨졌다. 마약 카르텔 조직원로 추정되는 괴한들은 숨진 이들이 탄 차량에 방화를 하고는 달아났다.

ⓒHERIKA MARTINEZ via Getty Images

숨진 이들은 미국 몰몬교(말일성도회)의 분파인 ‘콜로니아 르배런’ 공동체 소속 멤버들이었다. 르배런 공동체는 수십년 전에 몰몬교도에서 분리해 나와 멕시코에서 정착해 살아왔다.

멕시코 당국은 범인들이 이들 가족들을 경쟁 마약 카르텔 대원으로 오인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르배런 공동체 쪽은 범인들이 목표로 삼은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이 속한 르배런 공동체는 주변 멕시코 농민들 및 마약 밀매상 및 주변 농민들과 갈등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친척인 알렉스 르배런은 CNN과 회견에서 사촌인 밀러 및 그의 영아 2 등 4명 자녀가 괴한들의 첫번째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알렉스 르배런의 또 다른 사촌인 도나 레이 랭포드(43), 크리스티나 랭포드 존슨(31), 그리고 레이 랭포드의 자녀 2명은 다른 차량에 타고 있다가 두번째 공격에서 숨졌다. 7명의 어린이들은 현장에서 도망쳐서 살아남았으나,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STR via Getty Images
르배런 공동체 멤버들이 사고차량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르배런 공동체 멤버들이 사고차량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STR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즉각 트위터에서 희생자들을 “서로 총질을 해대는 두 개의 역겨운 마약 카르텔들 사이에 잡힌 놀라운 가족이자 친구들”이라고 추모했다. 그는 미국은 카르텔 폭력 문제와 싸우고 “그 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며, 멕시코의 수사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방수사국(FBI)은 멕시코 당국의 수사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 공격의 배후에 있는 범죄자들을 추적하는데 “독립과 주권”을 가지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미국의 지원과 개입을 거부했다.

 

희생자들이 속한 르배런 공동체는 몰몬교단이 19세기말 자신들의 관습이던 다중혼을 금지하자, 20세기초에 이에 반발해 독립해서 만들어진 분파이다. 그 후 멕시코에 정착한 르배런 공동체에는 현재 약 3천여명의 몰몬교도 및 카톨릭 교도가 섞여 살고 있고, 일부는 여전히 다중혼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르배런 공동체는 소노라의 지역 카르텔과 맞서고 카르텔들의 폭력에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르배런 공동체는 과거에 카르텔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마약 카르텔이 이 공동체에 속한 에릭 배런을 납치해, 석방을 대가로 돈을 요구한 전력이 있다. 배런 공동체는 이 요구를 거부해 맞섰고, 결국 에릭은 인질석방금 없이 풀려났다. 하지만, 그의 형제 벤자민이 몇달 뒤 다시 납치돼 구타당한 뒤 숨졌다. 또, 베자민의 처남도 살해됐다. 벤자민은 에릭의 석방을 요구하는 운동을 주도했다.

2010년에는 이 공동체의 지도자 줄리언 르배런이 미국 <댈러스 모닝 뉴스>에 기고해, 멕시코가 조직 범죄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알렉스 르배런은 이날 멕시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가족들이 위협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런 위협을 보고했고, 이것이 그 결과이다”고 말해, 이번 사건이 마약카르텔들이 자신들의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농업 용수를 놓고 지역 농민들과도 충돌했다. 지역 농민들은 이들이 농장에서 키우는 호두 나무에 과도하게 물을 줘서, 주변 농지의 용수까지 소진한다고 주장했다. 마약 카르텔 및 주변 농민들과의 충돌로, 르배런 공동체는 자체 치안력을 허락해달고 멕시코 정부에 요구해왔다.

사건 발생 후 치와와 검문소에서 경계를 서는 현지 경찰
사건 발생 후 치와와 검문소에서 경계를 서는 현지 경찰 ⓒASSOCIATED PRESS
ⓒASSOCIATED PRESS

멕시코 북부의 소노라 주는 ‘라 리니아’와 ’로스 차포스’라는 2개의 카르텔들이 치열하게 세력다툼을 벌여온 곳이다. 이들 카르텔들은 멕시코 양대 카르텔인 ‘후하레즈’와 ‘시날로아’ 카르텔과 각각 연계되어 있다.

특히, 멕시코 최대 카르텔인 시날로아는 수장인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가 체포되어 미국에서 수감되어 있는데도, 그 영향력이 여전하다. 지난달 멕시코 군경은 쿨리아칸에서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엘차포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을 체포했다가, 시날로아 카르텔들의 격렬한 저항에 밀리며 그를 풀어줬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거리를 봉쇄한 뒤 군경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여서, 멕시코 당국은 더이상의 유혈 사태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구스만을 도주하게 해줬다.

지난해 멕시코에서는 3만3천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올해에도 이 기록은 경신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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