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목 졸라 달라고 했다" 그레이스 밀레인 사건의 피고인이 살인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법원에 의해 이름 공개가 금지됐다

2018년 12월 12일 세인트 패트릭 광장에서 그레이스 밀레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2018년 12월 12일 세인트 패트릭 광장에서 그레이스 밀레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Fiona Goodall via Getty Images

지난해 뉴질랜드와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레이스 밀레인 살인 사건의 전말이 처음으로 배심원단에게 자세하게 공개됐다.

영국 에식스주 윅포드에 거주하는 그레이스 밀레인은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세계여행을 다니며 휴가를 보내던 중 자신의 22번째 생일인 12월 2일 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사망했다. 처음 발견됐을 당시 그녀의 시신은 수트케이스에 담겨 오클랜드 인근 야산에 묻혀 있었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뉴질랜드 전역에서는 그레이스를 추모하는 물결이 번졌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용의자가 특정됐으며, 수사가 끝났고 이제 막 첫 번째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용의자는 살인을 부정하고 있다.

지난 31일 이 재판의 배심원들은 처음으로 사건의 개요와 쟁점을 들었다. 이들은 ”합의된 성관계 중에 ‘목을 졸라 달라’는 밀레인의 부탁을 받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죽은 줄 몰랐다”라는 피고인의 주장과 ”피고인은 틴더 데이트 이후 아파트에서 그레이스 밀레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검사 측의 주장 중 어떤 게 법 앞의 진실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AUCKLAND, NEW ZEALAND - DECEMBER 15:  Several hundred people walk up Queen Street in a silent march to remember Grace Millane on December 15, 2018 in Auckland, New Zealand. The body of 22-year-old Grace Millane was found in a section of bush just near Scenic Drive in West Auckland's Waitakere Ranges on Sunday, following an extensive search for the British tourist. She was seen on Saturday December 1 at the CityLIfe hotel in Auckland. A 26 year old man appeared in Auckland District Court last Monday charged with her murder. The judge has granted suppression order prohibiting the publication of the accused's name.  (Photo by Phil Walter/Getty Images)
AUCKLAND, NEW ZEALAND - DECEMBER 15: Several hundred people walk up Queen Street in a silent march to remember Grace Millane on December 15, 2018 in Auckland, New Zealand. The body of 22-year-old Grace Millane was found in a section of bush just near Scenic Drive in West Auckland's Waitakere Ranges on Sunday, following an extensive search for the British tourist. She was seen on Saturday December 1 at the CityLIfe hotel in Auckland. A 26 year old man appeared in Auckland District Court last Monday charged with her murder. The judge has granted suppression order prohibiting the publication of the accused's name. (Photo by Phil Walter/Getty Images) ⓒPhil Walter via Getty Images

가디언에 따르면 검사 측은 ”오직 두 사람만이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있습니다”라며 ”한 사람은 우리에게 말을 해줄 수가 없고, 다른 한 사람은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에 의해 이름 공개가 금지된 피고인은 27살의 남성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파란 정장 차림으로 고래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은 밀레인과 성관계를 한 후 샤워를 하러 갔고 침대로 돌아왔을 때는 밀레인이 떠난 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게 다음 날 아침 일어난 밀레 인의밀레인의 시신을 바닥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과 검찰은 밀레인이 그의 집에서 사망한 사실을 두고 의견이 갈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사 측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던 중 질식이 일어났다면 왜 응급처치를 하거나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느냐”며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뉴질랜드 검찰 측은 피고인이 사망 직후 ”제일 강한 불”과 ‘와이타케레 레인지’(원시림) 등을 검색한 점을 봤을 때 고의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체를 유기하고 불태울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밀레인의 시신은 와이타케레 숲에서 발견됐다. 또한 피고인은 밀레인이 사망한 이후 포르노물을 시청했으며 사망한 밀레인의 은밀한 사진을 찍은 증거도 있다.

또한 이 남성은 밀레인이 사망한 날 아침 또 다른 틴더 데이트를 잡았으며 청소도구와 수트케이스를 사고 카펫 청소 업체를 부르고 차를 렌트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검찰 측은 ”그는 침착하고 차갑게 체계적으로 자신과 밀레인 사이의 연결점을 지웠다”라며 ”밀레인의 사망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가 시체를 유기한 것에는 검찰과 피고 측 변호인 사이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피고 측 변호인은 모든 사람이 그렇듯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아 피고인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성적인 기쁨을 키우기 위해 두 삶이 했던 행동(여기서는 목조르기를 말한다)이 잘못되는 바람에 그녀가 죽었다”라며 ”그녀도 이런 행동을 할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런 행동을 고무했는데, 이는 단순히 성적인 기쁨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고의 살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데이팅 앱인 틴더로 오클랜드에서 처음 만나 여러 바 등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조사에서 피고인은 경찰에 밀레인과 함께 술을 마시다 헤어졌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진술을 번복했다. 이번 사건은 7명의 여성과 5명의 남성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의 특이한 사법 체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법원의 명령으로 피의자의 이름 공개를 막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이 피고인의 신원 공개를 금지했는데, 이를 어길 경우 6개월의 징역이나 1만 뉴질랜드달러(약 73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은 국외 매체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영국인인 만큼 영국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중요하게 다뤘는데, 신원 공개에 무척 공격적인 영국 언론들은 굳이 남성의 신원을 감추지 않아 문제가 됐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뉴질랜드 #살인사건 #그레이스 밀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