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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는 정말 "일본 영화라 외면당했"을까?

영화의 국내 관련사들은 "편견을 거둬 달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 라효진
  • 입력 2019.11.05 17:35
  • 수정 2019.11.05 17:38
영화 '날씨의 아이'
영화 '날씨의 아이' ⓒ미디어캐슬

영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날씨의 아이’ 국내 관련사들이 흥행 실패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영화의 낮은 예매율이 일본 불매 운동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앞서 4일 ‘날씨의 아이’ 국내 배급사 미디어캐슬과 워터홀컴퍼니, 마케팅사 홀리가든과 포디엄 등 관련사들은 연명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관련사들은 이 글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한국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던 신카이 감독의 뜻에 개봉을 예정대로 완료했다면서 ”첫 주말 약 33만 7천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고 흥행 실패를 인정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이 아니며, 반일 감정 때문에 마케팅 협업을 대부분 거절당하는 등 ”감독이 이 작품에 녹인 메시지와 그의 세계관,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될 기회조차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금 상황에서 ‘날씨의 아이’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다”

 

이들은 ”이미 ‘날씨의 아이‘는 일본을 포함, 전 세계에서 막대한 흥행력을 기록, 국내에서의 실패가 일본에 주는 피해도 없다”며 ”그저 수십억 비용을 투자한 국내의 영화사만이 지금의 상황을 손실로 접어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그로 인해 영향 받은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라며 흥행 실패를 ‘피해’로 규정했다.

또 관련사들은 ”부탁드린다. 저희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에는 이제 편견을 거둬 달라”고 호소했다. ‘날씨의 아이’가 일본 영화이기 때문에 배척받았다는 것이다.

미디어캐슬은 9월에도 일본 불매 운동 중 영화 개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며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겸허히 생각하고 있다. 이 영화가 지금의 사회상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신다면 얼마든지 질책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날씨의 아이’는 정말 ”일본 영화라 외면당했”을까?

 

같은 달 당초 ‘너의 이름은.‘을 배급했고 ‘날씨의 아이’ 공동배급을 맡았던 메가박스플러스엠의 이름이 돌연 크레딧에서 사라지며 국내 영화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내 관련사들의 흥행 실패 관련 추측은 옳다고 봐야 할까.

먼저 10월30일 개봉한 ‘날씨의 아이‘의 11월4일까지 흥행 성적을 보자. 11월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날씨의 아이’는 일별 박스오피스 3위다. 누적관객수는 36만1610명이다. 개봉 당시 스크린 716개로 시작해 현 상영관 수는 549개다.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는 흥행 성적이 높은 편으로 평가되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2019년 작품 ‘감청의 권‘은 591개의 상영관으로 출발했다. ‘날씨의 아이’ 전작인 ‘너의 이름은.’ 개봉 당시 상영관 역시 555개다. 이 역시 신카이 감독의 작품이자 수작으로 꼽혀 국내 재개봉까지 성사된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과 비교하면 호화로운 수준이다.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입지란 그런 것임을 관련사들이 몰랐을 리 없다.

신카이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 개봉된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7위에 오르는 등 이례적 흥행성적을 냈다. 오히려 그의 차기작인 ‘날씨의 아이’가 개봉관 716개를 얻은 것은 이에 대한 반사이익인 셈이다.

또 관련사 입장문에는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의 예고편이나 그 소개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지상파 매체나 그에 준하는 광고구좌에 게재할 수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최근 일본 불매 운동과는 관계 없는 내용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이 ‘날씨의 아이’ 배급에서 빠진 것은 사실이나, 메가박스에서는 영화의 오리지널 티켓 등 굿즈를 만드는 등 제법 힘 준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전작이 성공했다고 이번 작품도 성공해야 한다는 억지스러움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는 관련사의 호소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관련사의 말처럼 ‘날씨의 아이‘는 이미 일본에서 공개 7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130억엔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세계 140개국에 배급이 결정됐으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정식 출품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한국 흥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또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의 현실을 봤을 때 ‘흥행 참패‘라는 결론이 이르기도 하다. 게다가 ‘날씨의 아이’는 아직 개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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