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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에 우리는 어쩌면 뇌를 스스로 '세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는 정말 신비롭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agsandrew via Getty Images

깨끗한 뇌척수액의 파동이 20초당 한 번꼴로 잠든 우리의 뇌를 휩쓸고 지나간다. 한 연구에서 수면 중 뇌척수액의 파동이 어쩌면 우리 뇌의 나쁜 단백질들을 씻어내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보스턴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베스 이스라엘 디오콘리스 메디컬 센터 소속의 공동 연구자들은 13명의 건강한 젊은이들을 선정해 비렘수면(non-REM sleep) 상태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했다. 비렘수면은 ‘REM’(수면 중 안구 운동)이 수반되지 않는 안정적인 잠의 단계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신체의 근육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지며, 뇌가 휴식을 취한다.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 전극을 달아 신경세포 집단의 활동을 측정했고, MRI 스캐너로는 이 신경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맥혈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또한, 연구진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아래 영상에서 붉은색은 혈액의 움직임을 뜻한다. 혈액이 유입됐다 사라질 때 파란색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뇌척수액의 유입이다. 혈류와 뇌척수액의 유입이 매우 리드미컬하게 번갈아 가며 박동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포착한 뇌척수액의 움직임을 보면 주기적으로 뇌척수액이 뇌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공동 저자인 보스턴대학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학과의 조교수인 로라 루이스는 사이언스뉴스에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튀어나오는 경험은 처음이다”라며 ”매우 두드러지는 현상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알츠하이머 연구자들은 쥐의 뇌를 가지고 비슷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2018년 7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로체스터 대학교와 랭곤 메디컬 센터의 연구진들은 ”뇌척수액이 수면 중인 쥐의 뇌로 주기적으로 흘러 들어가 나쁜 단백질을 제거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뇌에서도 이러한 수면 중 ‘뇌 세척’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깨어있는 사람에게서도 뇌척수액이 뇌로 흘러 들어갔다 빠지는 작은 흐름이 있긴 하지만 수면 중에 볼 수 있는 파동은 훨씬 컸고 더 빨랐다”고 밝혔다. 앞선 연구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2013년 당시 연구진은 수면 중에 뇌로 흘러 들어간 뇌척수액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농도가 높아진 것을 발견했다. 즉 뇌척수액이 뇌 속에 생긴 단백질 찌꺼기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세척’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람의 뇌척수액이 어떤 물질을 제거하는지는 직접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행 연구와 연과 지어 볼 때 사람의 뇌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 등의 단백질 찌꺼기 등이 제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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