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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걱정 많은 사람들이 가끔 공포영화 더 잘 보는 이유

심리 전문가들이 설명했다

  • 박수진
  • 입력 2019.11.05 14:57
  • 수정 2019.11.05 15:02

불안하고 걱정 많은 성격인데 공포영화는 더 잘 보는 경우를 종종 본다. 허프포스트 US가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들로부터 그 이유를 들었다.

ⓒJens Rother via Getty Images

1. 안전한 상황에서 통제된 위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세상 일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영화 만큼은 아니다. 아직 내가 모를뿐 결말이 정해져 있고, 마음에 안 들면 극장을 나가거나 TV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키스 험프리스 교수는 ”공포영화는 불안이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안전하고, 통제된 방식으로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불안할 것 같으면 언제든 고개를 돌려버리면 된다. 또 괴수영화의 결말은 대개 주인공들이 괴수를 무찌르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지금의 불안을 참으면 좋은 결말을 맞으리라는 감각을 선사해준다.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다.”

불안이 많다는 건 평균보다 위험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정보가 더 많으며 그만큼 머릿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보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통해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혹은 일어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위험 상황들을 미리 간접체험하고, 도움이 될지도 모를 대처법들을 배울 수도 있다. 혹은 배운다고 생각하며 약간 안심할 수도 있다.

ⓒShutter2U via Getty Images

2. 영화 속 상황이 압도적인 만큼 현실세계의 일을 잊어버리기가 수월하다.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동시에 일, 가족, 연애, 건강, 돈처럼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인지행동세라피 전문가 조슬린 맥도넬은 말했다. 

맥도넬에 따르면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과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무서운 영화 속 전개에 온전히 사로잡히면 그런 걱정의 사이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나름의 휴식 시간이다.

″영화를 보며 잠시 걱정 때문에 신체적이고 감정적인 고통을 겪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워싱턴 D.C.에서 세라피스트로 일하는 알리샤 클락은 자기가 지금까지 봐온 환자들 중 생각보다 많은 수가 호러 장르의 영화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곳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게 위안을 주는 것 같다”고 클락은 설명했다.

ⓒFlashpop via Getty Images

3. ‘나만 이런 걱정하는 게 아니구나‘, ‘내 걱정이 괜한 게 아니구나’라고 위안 받을 수 있다.

공포영화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내가 가진 불안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주기도 하지만, 내가 가진 불안이 ‘정당한 불안’이라고 확인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일리아스 아부져드 교수는 ”영화에서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처럼 정말로 위험한 곳’이라는 걸 확인함으로써 만족감, 심지어 안도감까지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공포영화는 불안 증상을 ‘정상화’한다.”

ⓒFOTOKITA via Getty Images

요약하자면, 걱정 많은 사람들은 공포영화를 보며

1.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

2. 남의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

3. 세상은 역시 (내말대로) 불안한 곳이라고 느끼기 때문

이다.

그러나 영화를 치료 수단으로 삼지는 말 것

이런 장점들이 있지만 공포영화를 일종의 치료 수단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트라우마가 있고 불안장애가 심하다면 영화를 잘못 선택했다가 오히려 트라우마를 강화할 수도 있다. 모두에게 같은 메커니즘이 적용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맥도넬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괴한에게 한 가족이 고문당하는 영화를 봤다고 생각해보라. 그 사람이 가진 불안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 역시 사람마다 치료하는 방법은 다 다를 수 있다며, 혹시나 자기가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고 해서 그걸 부끄럽거나 걱정할 만한 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공포영화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라면,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은 공포영화를 봐서는 안 된다.”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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