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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이 '매일 야근'에 '매일 출장' 간 주민센터의 비밀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공유되는 비밀이다.

  • 이진우
  • 입력 2019.11.04 17:55
  • 수정 2019.11.04 18:14
A closeup of a red table tennis paddle with a wood handle and ping pong ball on a blue table.
A closeup of a red table tennis paddle with a wood handle and ping pong ball on a blue table. ⓒChris Reed via Getty Images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사무실 앞 사진관에 ‘업무상’ 방문하면서 출장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만으로도 황당한데 사진관 사장이 직원을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한다면?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선 관행처럼 반복되어 온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그래서 지난 8월 25일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출장여비를 부당수령할 경우 가산징수 금액을 기존 2배에서 최대 5배까지로 늘리고, 지자체별로 연 1회 이상 근무 실태를 필수 점검하고 점검 결과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징계 요구를 의무하하는 것이 골자였다. 앞서 언급한 ‘사무실 옆 출장’도 빈번해서였을까. 행안부는 두 가지(4시간 이상은 2만원, 4시간 미만은 1만원)로만 분류돼 있던 관내 출장비 기준)에 ‘2km 이내  근거리 출장’일 경우도 추가했다.

행안부가 ‘공무원의 부당 출장비 수령 관행’에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부정수급이 잇따라 적발됐다. 서울경제의 9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가 ‘업무 협의차 정부 부처로 출장을 간다’며 낸 거짓으로 낸 출장신청이 우연한 계기로 발각된 일도 있었다. 해당 공무원의 상사가 이 부처의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A씨가 출장 온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다. 관용차량으로 관내 출장을 가면서 상습적으로 출장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발각돼 중징계 처벌을 받게 된 공무원도 있었다.

행안부의 지방공무원법 개정 이후 50여일이 지났지만, 부당 출장비 수령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3일 JTBC는 거의 모든 직원들이 거짓으로 매일 출장에 매일 야근을 했다고 거짓으로 서류를 꾸민 구로구의 한 주민센터를 보도했다. 2년치 출장비 지역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직원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최대치 출장비인 26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4시간 가까이 매일 출장을 가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야근이나 조근 등 초과 근무를 해야만 받는 식비도 직원 모두가 최대치를 받아갔다. 

JTBC 보도화면 캡처
JTBC 보도화면 캡처

 해당 주민센터 관계자는 허위로 출장을 청구한 사실을 인정하며 ”공무원 같은 경우는 기본급을 올리면 국민들의, 약간의 반발이랄까. ‘왜 올리냐?’ 수당은 기본급 보존 차원에서 올려주는 부분이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야근을 거짓으로 꾸민 경우는 전 공익근무요원 B씨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B씨는 ”탁구대 닦았던 게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장이 갑자기 탁구대를 닦아 놓으라는 거에요. 야근할 때 탁구 친다고.” B씨가 탁구대를 닦았던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태가 구로구의 해당 주민센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남구 등 서울의 다른 지자체 뿐 아니라 부산과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장비를 부당 수령한 사실이 발각되면 받은 돈의 2배를 물어야 하는 조치가 시행됐는데도, 이들은 왜 여전히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는 걸까. 행안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확하게 이유가 드러난다. 행안부 관계자 C씨는 ”출장여비 부당수령 건수와 사례를 정확히 살펴보려고 했지만 지자체들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집계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출장여비 부당수령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고하면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데 전혀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출장여부 부당수령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지자체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내용을 공개하도록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들이 부당한 출장비 청구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 대책‘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부당 수령 현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 안전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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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지자체 #주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