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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에베레스트산을 9번이나 등정한 이 여성은 설거지나 하고 있을까?

락파 셰르파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 박세회
  • 입력 2019.11.04 16:13
  • 수정 2019.11.11 10:04
In this April 3, 2018, photo, mountain climber Lhakpa Sherpa prepares to start her shift as a dishwasher at the Whole Foods Market in West Hartford, Conn. Once a year Sherpa heads back to her native Nepal to try and break her own record for successful summits of Mount Everest by a woman. (AP Photo/Pat Eaton-Robb)
In this April 3, 2018, photo, mountain climber Lhakpa Sherpa prepares to start her shift as a dishwasher at the Whole Foods Market in West Hartford, Conn. Once a year Sherpa heads back to her native Nepal to try and break her own record for successful summits of Mount Everest by a woman. (AP Photo/Pat Eaton-Robb) ⓒASSOCIATED PRESS

락파 셰르파는 2016년 BBC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 2000년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과 하산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9번 이 산을 정복해, 여성 세계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여성 100인’에 선정된 해에 그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에베레스트에 10번 오르고 싶어요.”

에베레스트에 10번 오르기 위해 그녀는 지금 미국의 대형 마트 체인점 ‘홀푸드마켓’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위 사진의 설명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2018년 4월 3일 산악인 락파 셰르파가 자신의 근무 시간을 시작하기 전에 코네티컷주 웨스트 하트퍼드의 ‘홀푸드마켓’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일 년에 한 번 자신의 여성 최다 등정가 기록을 갈아치우기 위해 고향 네팔에 돌아가 에베레스트산에 오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무슨 일이 없어서 문제다. 2000년대 초반 그녀에게는 네팔의 아웃도어 회사가 스폰서로 붙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후원하지 않는다. 네팔에서 태어났지만, 전 남편과 결혼했을 당시 영주권을 받았고 이혼 후에는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웠다. 지난 2016년 BBC의 세계 여성 100인에 뽑혔을 당시 그녀는 싱글맘으로 방 두 개 짜리 아파트의 월세를 내기 위해 세븐일레븐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후 세븐 일레븐이 홀푸드마켓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2016년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린 락파 셰르파.
2016년 BBC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린 락파 셰르파. ⓒBBC 화면 캡처

미국의 산악인 멜리사 아르노가 지난 2013년에 다섯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을 때 미국 언론이 그녀를 어떻게 수식했는지를 보면, 락파 셰르파가 왜 지금 설거지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알 수 있다.

″아르노는 세계 최고의 성취를 이룬 여성 에베레스트 등정가이자, 비-셰르파 여성 중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 사람이다.”

우리는 히말라야 고산에서 전문 등산인들을 보조하는 ‘도우미‘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티베트 부족의 이름이기도 하고 락파의 성이기도 하다. 산악계에서는 ”에베레스트 정상에는 ‘셰르파‘가 (가족의) 성인 셰르파가 널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락파의 남자 형제들 역시 성이 셰르파고 그중 몇은 유명 산악인들의 셰르파를 도맡아 한다. 가디언의 최근 인터뷰 기사를 보면 락파 셰르파의 가족 중 장남은 에베레스트를 “10에서 11번” 정도 오르내렸다. 산악계에는 ‘셰르파’ 혹은 네팔인의 성취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셰르파가 없다면 아무도 에베레스트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가디언은 최근 락파 셰르파와 한 인터뷰에서 그녀가 후원을 받지 못하고 홀푸드마켓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브랜드는 최대의 가시성을 원하는데 락파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디언은 ”락파는 제대로 관리된 인스타그램 계정도 없는 중년의 유색인종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락파가 전남편의 학대에 시달린 경험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보기를 원하지 않고 숨어 지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녀가 왜 유명하지 않은지, 세계기록을 가지고도 왜 전업 산악인이 되지 못했는지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녀와 함께 2001, 2003, 2004, 2005, 2006년에 에베레스트에 함께 오른 전남편은 그녀를 학대한 혐의로 이혼 후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녀는 총 9번의 에베레스트 등정 중 4번을 전남편의 도움 없이 해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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