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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잃어버린 310년된 3억원짜리 바이올린이 주인에게 돌아왔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 중 하나다

  • 박세회
  • 입력 2019.11.04 10:58
  • 수정 2019.11.04 11:08
스티븐 모리스
스티븐 모리스 ⓒ스티븐 모리스

클래식 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런던의 대표적인 관현악단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솔로이스트인 스티븐 모리스는 그날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하루 종일 녹음을 하고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10월 22일 밤 런던의 남부의 한 기차에서 내릴 때, 그는 자기가 바이올린을 두고 내렸는지도 몰랐다. 

다음 날 아침에야 바이올린이 사라진 걸 깨닫자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바이올린은 1709년 이탈리아의 장인 데이비드 테클러가 만든 몇 개 남지 않은 명기로, 돈으로 가치를 따지자면 약 2만5000파운드(약 3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 장인이 만든 악기는 현악기 경매업체 타리시오에서 87만 달러(약 10억1300만원)가 넘는 금액에 거래되기도 했다. 게다가 모리스의 악기는 얼마 전 복원 수리를 마쳐, 최고의 상태였다. 

참고로 BBC에 따르면 51살의 바이올린 독주자인 그는 ‘반지의 제왕’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사운드 트랙을 연주했으며, 데이비드 보위나 스티비 원더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그는 사우스이스턴 철도회사에 메일을 보냈고, 경찰에 알렸으며, 온갖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올린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이런 종류의 바이올린은 전 세계에 몇 개 남지도 않아 장물로는 거래되기도 힘들고 일반인은 누구에게도 팔 수가 없다.

영국수송경찰은 모리스의 바이올린을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CCTV 사진을 공개했고 영국의 방송들이 사라진 바이올린을 찾기 위해 돕고 나섰다. 변곡점이 생긴 건 지난 목요일(31일). 바이올린과 이별한 지 거의 열흘이 지나 모리스의 트위터에 다이렉트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BBC에 따르면 ”내가 저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안다. 돕고 싶다. 소중한 걸 기차에 놓고 내렸을 때의 심정을 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하루 동안 그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바이올린을 가져간 것처럼 말했으나 아마도 동일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둘은 지난 금요일(1일) 밤 한 슈퍼마켓 체인점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둘의 만남 장소 인근에는 전직 경찰인 모리스의 친구와 경찰 사복 팀이 잠복해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다. BBC에 따르면 이날 22시10분 20대 후반의 남성이 바이올린을 가지고 나타났다.

모리스는 이 남성이 ″무척 미안해 했으며 직접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이 조율되어 있고 활이 당겨져 있었던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한두 번 연주해봤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바이올린을 흘리고 내린 사람과 그 바아올린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 줄 모르고 가져간 사람의 긴장감 넘치는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둘 중 하나라도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면 아마 바이올린은 수백 년 후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영국수송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명연주자들이 소중한 악기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경우는 꽤 자주 있다고 한다. 요요마는 1999년 18세기의 첼로를 택시에 놓고 내린 적이 있고, 필립 퀸트는 2008년 400만 달러짜리 바이올린을 돌려준 택시 기사를 위해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감사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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